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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대학교

직장 대학교: 졸업은 없다

채용 메일이 도착한 순간, 나는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대학 4년의 시간과 밤샘 공부, 인턴십, 그리고 수십 번의 면접을 거쳐 얻은 첫 정규직. 이제 더 이상 시험도, 과제도, 교수님의 변덕도 없을 거라 믿었다.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김 사원, 이 자료 내일 아침까지 분석해서 PPT 20장으로 만들어 와." 부장의 말이 귓가를 때렸다. 금요일 오후 6시, 퇴근을 10분 앞둔 시점이었다. 책상 위에 던져진 파일은 대학 시절 교수님이 던져주던 학기말 과제와 똑같은 무게로 내 어깨를 짓눌렀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직장은 졸업이 없는 대학교였다.

회의실은 강의실이 되었고, 부장은 교수가 되었다. 그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할 때의 침묵은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를 마주했을 때의 공포와 다르지 않았다. "이건 기본 아닌가요?"라는 말은 "이건 1학년 때 배운 내용인데요?"와 같은 울림을 주었다. 분기별 성과 평가는 학기말 성적표와 다를 바 없었고, 인사고과는 장학금 선발처럼 느껴졌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대학 시절, 우리는 '사회에 나가면'이라는 말로 모든 인내를 정당화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대학은 끝났지만, 나는 여전히 마감에 쫓기고, 권위에 굴복하며, 동료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이메일 알림이 울렸다. 팀장으로부터 온 메시지엔 '내일 발표 자료 검토했습니다. 전면 수정 필요합니다'라는 짧은 한 줄만 있었다. 대학 시절 붉은 펜으로 가득한 리포트를 돌려받던 그 순간과 다를 바 없었다. 시계는 이미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동기 민수가 메시지를 보냈다. "야, 우리 회사에서 MBA 지원해준대. 지원해볼까?" 웃음이 나왔다. 직장생활이 힘들다고 도망친 곳이 또 다른 대학이라니. 하지만 이상하게도 설렘이 피어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배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다음 날 아침, 수정한 발표 자료를 들고 회의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묘하게 가벼웠다. 대학 시절, 밤을 새워 완성한 과제를 제출하러 가던 그 희열과 비슷했다. 어쩌면 직장과 대학의 경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모호한지도 모른다. 둘 다 배움의 장소이고, 성장의 기회이며, 인내의 시험대였다.

회의실 문을 열기 직전, 문득 깨달았다. 대학이 4년으로 끝났다면, 직장이라는 학교는 30년을 다녀야 한다. 그리고 그 졸업장의 이름은 '퇴직'이라고. 그때까지 나는 몇 번이나 더 밤을 새우고, 몇 번이나 더 실패하고, 몇 번이나 더 성장해야 할까? 손잡이를 돌리며 생각했다. 어쩌면 진짜 중요한 건 졸업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즐기느냐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