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드라마: 매일 아침 새로운 에피소드
출근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또 다른 세계로 진입한다. 32층 하이포틱스 주식회사, 이곳은 내 인생의 가장 긴 드라마가 펼쳐지는 무대다.
오늘 아침 사무실은 평소보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형광등 불빛 아래 모니터들이 푸르게 빛나고, 키보드 소리가 평소보다 날카롭게 들렸다. 커피머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스프레소 향이 평소보다 쓴 것도 같았다. 팀장님의 눈빛이 문서 너머로 날아와 내 등 뒤에 꽂히는 감각은 이제 익숙하다.
"오늘 임원회의 자료 마감이에요. 점심시간은 포기하세요, 김 대리." 팀장의 말은 항상 지시문처럼 짧고 명확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매일 반복되는 이 '직장 드라마'의 오늘 에피소드를 예감했다.
오후 2시, 자료가 완성되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임원회의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누군가의 손이 급하게 밀어 넣었다. 그녀였다. 마케팅팀의 박 과장, 회사의 라이징 스타이자 내가 몰래 좋아하는 여자.
"자료 준비하느라 힘들었죠?" 그녀가 미소 지으며 물었다. 형광등 아래서도 그녀의 눈은 반짝였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 숫자가 올라가는 15초의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길고도 짧았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CEO가 직접 자리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경쟁사의 임원들이 앉아있었다. 합병 소식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는데.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자료를 나눠주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누가 담당했지?" CEO의 질문에 팀장이 내 이름을 말했다.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그때 박 과장이 나를 향해 작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갑자기 용기가 샘솟았다.
발표는 성공적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CEO가 내게 직접 다가왔다. "합병 후 신설팀은 당신이 맡았으면 하네." 꿈같은 순간이었다. 복도에서 박 과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축하해요. 오늘 저녁 같이 먹을래요?" 그녀의 제안에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이 새로운 에피소드로 펼쳐지는 이 직장이라는 드라마 속에서, 오늘은 특별한 시즌 피날레처럼 느껴졌다. 내일이면 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테지만, 오늘 밤만큼은 내가 주인공인 이 드라마를 온전히 즐기고 싶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그녀와 나는 회사 밖 세상으로 함께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