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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로맨스

직장 로맨스: 복도의 비밀

그날 아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느꼈던 그 미묘한 전율이 시작이었다. 주말 내내 불면의 밤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만난 김태준 부장의 눈빛은 내게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칸막이로 구분된 사무실에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정은서 대리, 마케팅 보고서 준비됐나요?" 태준의 목소리는 무심한 듯했지만, 나는 그 속에 숨겨진 떨림을 알아챘다.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우리의 손가락이 스치는 순간, 형광등 불빛 아래 빛나는 그의 결혼반지가 내 가슴을 쓰라리게 했다.

사내 로맨스. 누구나 말하는 금기. 하지만 회사 전체가 그저 숫자와 성과로만 채워진 공간에서, 태준과 나 사이에 피어난 감정은 마치 콘크리트 틈에서 자라난 꽃처럼 완강했다. 복사기 앞에서의 짧은 대화, 미팅 후 나누는 속삭임, 늦은 야근 속에 함께 먹는 컵라면의 온기. 직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는 완벽한 배우였다.

"오늘 저녁에 시간 돼요?" 그가 물었을 때, 내 안의 경고등은 이미 붉게 깜빡이고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키보드 타격음과 프린터 작동 소리 사이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근처 작은 일식집. 은은한 조명 아래 그의 얼굴은 낮에 보던 것과 달랐다. 업무용 셔츠의 단추를 하나 푼 그의 모습에서 나는 회사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태준을 보았다.

"우리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 그의 말에 나는 웃었다.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이 로맨스의 본질이라고. 다음 날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그는 다시 김태준 부장이었고, 나는 정은서 대리였다. 하지만 우리의 눈빛은 달랐다.

그날 오후, 인사팀으로부터 메일 한 통이 왔다. '직장 내 로맨스 금지 정책 재안내'. 모니터 앞에서 나는 얼어붙었다. 복도 건너편, 태준의 책상은 비어 있었다. 점심시간, 계단을 올라가던 나는 회의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김태준 부장님 발령 건은 이번 주 내로 결정하겠습니다."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태준은 내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 저녁, 사무실을 나설 때 손에 쥐여준 쪽지 한 장. "직장과 사랑,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다음 날, 나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태준이 내 책상을 지나칠 때, 그의 표정은 복잡했다. 퇴사 마지막 날, 그는 마침내 내게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로맨스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었으니까.

일 년 후, 나는 다른 회사의 신입사원 교육을 맡게 되었다. 첫 번째 강의 주제는 '직장 내 윤리'였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교육생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태준이었다. 그는 더 이상 부장도, 내 상사도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그저 두 사람일 뿐이었다. 강의를 시작하며 나는 말했다. "때로는 규칙을 깨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교실 맨 뒷자리에서, 태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