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병원까지 - 5분의 거리, 5년의 여정
사람들은 내가 우연히 뛰어든 한강에서 익사 직전의 여자아이를 구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날 자살하러 갔었다. 직장 내 따돌림으로 인한 우울증이 극에 달했던 그날, 난간에 기대어 물속으로 뛰어들 타이밍을 재고 있을 때였다. 강물이 출렁이는 소리가 내 심장 소리와 묘하게 동조되어 울렸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거 사람 아니에요?"
내가 뛰어든 건 순전히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차가운 한강물이 온몸을 감싸는 순간, 이상하게도 모든 감각이 선명해졌다. 물속에서 발버둥치는 작은 손을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쳤다. 여자아이의 작은 몸을 끌어안았을 때, 그 따뜻함이 5년간 얼어붙었던 내 마음의 빙하를 깨트렸다.
뉴스에 크게 보도된 다음 날, 직장 동료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게 친절을 베풀었다. 어제까지 카톡방에서 나를 따돌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영웅을 대하듯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들의 환대가 공허하게 느껴졌지만, 이상하게도 이제는 상처로 다가오지 않았다.
삼 개월 후, 직장을 그만두고 간호학과에 지원했다. 내가 구한 아이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작은 병원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보답의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입원실에서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가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특히 암 병동의 환자들은 언제나 내일을 준비했다.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직장에서 경험했던 작은 상처들이 얼마나 사소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오늘은 내가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지 정확히 1년 되는 날이다. 복도를 지나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예전 직장의 팀장이었다. 그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고 했다. 그가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나는 그를 기억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뒤에서 "쟤는 일도 못하면서 존재감만 없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간호사님, 제가 많이 아픈가요?"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나는 그의 차트를 내려놓고 손을 잡았다. 그는 내 이름표를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나지막이 사과의 말을 건넸다. 나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한강으로 향했던 그날, 그리고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며 내 인생도 함께 구했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걱정 마세요. 우리가 함께 이겨낼 거예요."
창문 너머로 한강이 보였다. 오년 전 내가 죽으려고 했던 그곳에서, 지금은 새 생명들이 햇살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때로는 우리가 가장 깊은 심연에 있다고 느낄 때, 빛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