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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부모님

직장에서 듣는 부모님의 목소리

사무실 복도에서 들려온 웃음소리가 아버지의 것과 똑같았다. 순간 나는 키보드 위에서 떨고 있는 내 손가락을 발견했다. 1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33층 고층 빌딩에서 들릴 리 없는데.

회의실에서 나온 부장님이 동료와 웃으며 걸어가는 뒷모습이 마치 아버지의 뒷모습과 겹쳐 보였다. 살짝 구부정한 어깨, 걸을 때마다 미세하게 오른쪽으로 기우는 자세. "김 과장, 보고서 다 됐어요?" 부장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네, 곧 마무리하겠습니다."

요즘 들어 직장에서 부모님의 흔적을 자꾸 발견한다. 지난주 회식 자리에서는 팀장님이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어머니와 똑같았다. 새끼손가락을 살짝 들고, 잔을 비운 후 입술 한쪽을 씰룩이며 "아이고, 쓰다"라고 말하는 그 모습. 어머니가 드시던 약주가 쓰다며 하시던 말투와 제스처가 그대로였다.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인사팀 이 대리는 어머니처럼 민트 향기가 났다. "오늘도 야근이에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어머니가 항상 차고 다니시던 은색 시계와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열었다. 텅 비어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몸을 던졌다. 스마트폰을 켜자 부모님 제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알림이 떴다. 그래서였을까. 최근 직장에서 자꾸 부모님의 흔적을 보는 이유가.

다음 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갑자기 첫 줄부터 더듬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다. "긴장될 때는 호흡을 깊게 세 번 하고,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라." 나는 심호흡을 세 번 하고, 부모님의 얼굴을 마음속에 그렸다. 이상하게도 안정이 됐다.

프레젠테이션은 성공적이었다. 사장님께서 직접 내 어깨를 두드리셨다. "자네 아버지도 우리 회사에서 이런 중요한 발표를 잘했었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 모르셨나? 자네 아버지가 20년 전 이 회사의 창립 멤버였어. 자네를 처음 봤을 때부터 눈빛이 아버지와 똑같다고 생각했네."

그날 밤, 오래된 가족 앨범을 꺼내 들었다. 아버지의 회사 배지가 달린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지금 내가 일하는 회사의 옛 로고였다. 어쩌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왔는지도 모른다. 사진 뒤에는 아버지의 글씨체로 '내 딸이 언젠가 이곳에서 나보다 더 빛나길'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음 날 출근길, 회사 로비를 새롭게 바라보았다. 이제는 안다. 내가 매일 마주치는 직장 동료들의 얼굴 속에서 부모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내게 심어준 가치와 지혜로 나는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생각했다. 오늘은 내 안에 살아있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