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비밀: 창문 너머의 진실
내가 15년간 일해 온 회사의 17층 창문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나만 알고 있다.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동료들의 얼굴은 항상 그대로였다. 김 과장은 또 지각했다며 숨을 헐떡였고, 박 대리는 어제와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아무도 창문에서 떨어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날 밤, 야근을 하던 중이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모니터만 켜진 사무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시선을 돌리자 그가 있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남자가 창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소리 없이 창문이 열렸고, 그는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비명도 없었다. 그저 바람만이 사무실을 스쳐갔다.
다음 날, 회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갔다. 회의실에서는 분기별 실적 발표가 있었고, 구내식당에서는 여전히 김치찌개가 메인 메뉴였다. 내가 입을 열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또다시 야근을 하던 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었다. 젊은 여성이 같은 창문으로 걸어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거기 서요!" 하지만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을 때, 그녀의 얼굴은 텅 비어 있었다. 눈동자가 없었다. 그녀는 내 손을 뿌리치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공포에 질려 사무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퇴근한 한밤중, 대표이사실의 캐비닛 뒤 숨겨진 서류를 발견했다. '프로젝트 17: 생산성 극대화 실험'. 그 안에는 우리 회사가 15년 전부터 직원들에게 몰래 실험약을 투여해왔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 약물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지만, 장기간 복용 시 환각과 자살 충동을 일으킨다는 결과도 있었다.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내가 본 것은 환각이 아니었다. 그들은 약물의 부작용으로 자살한 직원들이었고, 회사는 이를 철저히 은폐해왔다. 더 끔찍한 것은 월별 통계표였다. 우리 부서의 실적이 오를 때마다, '퇴사자' 숫자도 함께 증가했다.
이제 나는 매일 밤 사무실에서 그들을 본다. 창문을 향해 걸어가는 무표정한 얼굴들. 나도 그들처럼 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사표를 쓸 수 없다. 왜냐하면 내 몸에도 이미 15년간의 약물이 쌓여있으니까.
오늘도 나는 구내식당에서 커피를 마시며 미소 짓는다. 동료들은 내가 늘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모른다. 내 책상 서랍에 숨겨둔 USB에 모든 증거가 담겨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 밤, 창문 너머로 내가 보게 될 다음 희생자가 누구일지, 혹은 그것이 나 자신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