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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사진

직장에서 찾은 사진, 그리고 나

내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은 먼지 속에 묻혀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그 사진을 손에 쥐는 순간, 15년 차 회사원의 무감각해진 일상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사진 속 풍경은 너무나 평범했다. 어느 가을날의 공원, 벤치에 앉은 한 남자가 웃고 있었다. 얼굴은 햇빛에 반사되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웃음만은 선명했다. 형광등 아래 반복되는 내 하루와는 달리, 그 사진은 살아 있는 듯했다. 단풍이 물든 나뭇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거의 들리는 것 같았고, 벤치 옆 작은 연못의 물결까지 느껴졌다.

"김 부장님, 오늘 회의 자료 준비되셨나요?" 팀장의 목소리에 나는 급히 사진을 서랍에 다시 넣었다. "네, 곧 마무리됩니다." 기계적으로 대답하며 모니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엑셀 시트와 그래프들 사이에서 내 인생은 숫자로 환산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그 사진을 꺼내보았다. 점심시간, 화장실 가는 틈, 야근 중 잠깐의 휴식... 그 낯선 사진 속 풍경이 내게 위안을 주었다. 어느 날은 그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배경화면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회의 중 몰래 화면을 켜 그 웃는 남자를 볼 때면,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요즘 뭔가 달라 보여요, 부장님." 어느 날 신입사원 한 명이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예전보다 웃음이 많아지신 것 같아요."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사진 속 그 남자처럼 웃기 시작했다는 것을.

마침내 나는 결심했다. 주말, 그 사진 속 공원을 찾아갔다. 가을은 이미 겨울로 바뀌어 있었지만, 그 벤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곳에 앉아 처음으로 스스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것을 내 책상 위, 모니터 옆에 세워두었다.

한 달 후, 회사 정리 과정에서 예전 사무실을 쓰던 직원의 소지품 상자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내가 찾던 사진첩이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펼쳐 보았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이 자리에 앉게 될 사람에게. 당신도 언젠가 웃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사진이 그 시작이 되길."

창밖으로 봄의 첫 햇살이 들어왔다. 나는 사직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오늘부터 나는 사진작가다. 어쩌면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의 서랍 속에 내 사진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람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