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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스트레스

직장 스트레스: 마지막 퇴근길

김과장이 깨달은 건, 스트레스가 색깔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늘 그의 스트레스는 분명 진한 회색이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책상에 앉아 그는 자신의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시한폭탄의 초읽기처럼 들리는 것을 느꼈다.

"김과장, 오늘 안에 끝내야 합니다. 이해하시죠?" 부장의 목소리는 냉정했고, 그 말 한마디가 그의 어깨를 50킬로그램의 납덩어리처럼 짓눌렀다. 오후 6시.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사무실은 여전히 절반이 넘는 직원들로 가득했다. 형광등 불빛이 그들의 창백한 얼굴을 더 창백하게 만들었다.

김과장은 목을 움직였고, 뼈마디가 부러질 듯한 소리가 났다. 4년 차 대리에서 승진한 지 이제 겨우 3개월. 그는 여전히 자신의 직함이 낯설었다. 책상 위 물잔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섬유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눈 밑의 다크서클은 영구적인 거주자가 되어버렸다.

스마트폰 화면에 아내의 메시지가 떴다. "오늘도 늦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 번째 '늦어요'에 대한 대답은 이미 결혼 생활의 매뉴얼 같은 것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는 그저 엑셀 시트를 응시했다. 숫자들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시계가 밤 9시를 가리켰을 때, 김과장의 모니터만이 사무실을 밝히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보고서를 부장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읽지도 않을 테지만, 그래도 보내야 했다. 그것이 회사의 룰이었다. 그는, 룰을 따르는 사람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넥타이는 느슨해져 있었고, 셔츠는 구겨져 있었다. 어쩐지 그도 저 넥타이처럼 느슨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로비를 지나면서 경비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무언의 인사를 나눴다. 둘 다 서로의 이름을 모르는데도, 매일 밤 같은 시간에 만나는 사이였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 김과장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도로 건너편에 24시간 문을 여는 작은 공원이 보였다. 그는 횡단보도를 건너 공원 벤치에 앉았다. 밤하늘에는 별 하나 보이지 않았지만, 도시의 불빛이 대신 밤을 수놓고 있었다. 그는 오랜만에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주머니에서 사직서가 담긴 봉투를 꺼냈다. 3주 전부터 가방에 넣고 다녔던 것이다. 매일 아침 제출할 생각으로 준비했지만, 매일 저녁 미루었다. 내일은 다를 거라고, 내일은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라고.

그날 밤, 김과장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보다 먼저 집에 도착했다. 식탁에 앉아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를 마시며, 그는 봉투를 바라보았다.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내일, 그는 달라질 것이다. 벤치에 앉아 있던 그 순간의 평화를 기억하며, 김과장은 결심했다. 때로는 스트레스의 색깔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