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썸타기: 복도에서 주고받는 위험한 신호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동료였던 그녀가, 오늘 아침부터는 내 모든 시선을 사로잡는 미스터리한 행성이 되었다. 재킷을 걸쳐 입은 그녀의 뒷모습은 중력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우리 회사는 48층 유리 빌딩의 33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넓은 공간에서 마주치는 건 하루에 다섯 번, 그중 눈이 마주치는 건 보통 두 번. 그리고 그 두 번 중에 한 번은 서로가 미소를 짓는다. 내가 이런 통계를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위험한 징조였지만, 이성이라는 브레이크를 밟기엔 감정이라는 엔진이 이미 과열되어 있었다.
"김대리, 이거 한번 봐줘."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따스함이 커피보다 더 효과적으로 내 오전을 깨웠다. 어깨 너머로 기울이는 그녀의 향수 냄새는 겨울바다의 소금기와 은은한 장미향이 섞인 듯했다. 모니터에 나타난 스프레드시트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손목에 걸린 가는 은팔찌와 깔끔하게 정돈된 손톱만이 내 시야를 점령했다.
회의실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되면, 무릎이 스치는 순간의 전율. 엘리베이터에서 닫히는 문 앞에 서로를 위해 잡아주는 버튼. 퇴근길에 우연히 같은 방향이라며 나누는 가벼운 대화. 모든 순간이 암호처럼 읽혔고, 모든 미소가 해석이 필요한 문장 같았다.
"직장 연애는 위험해." 내 친구의 경고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는 전 회사에서 사내 연애 후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그때의 그는 지금의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점심시간, 그녀가 건네는 젓가락에 묻은 김치 한 조각이 로맨스 영화의 클라이맥스보다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이 감정을.
회식 자리에서 우리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소주잔이 오갈 때마다 그녀의 눈빛은 조금씩 달라졌다. 세 번째 잔 이후, 그녀는 내게만 들리게 속삭였다. "오늘 집에 어떻게 가세요?" 단순한 질문인지, 초대장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인사팀의 규정집 제17조: '사내 연애는 금지되지 않으나, 관련 당사자는 인사팀에 보고의 의무가 있음.' 마치 두 사람의 감정을 공문서로 제출하라는 냉정한 요구. 직장이라는 바다에서 썸이라는 항해는 언제나 빙산을 향해 달리는 타이타닉 같았다.
오늘 아침, 그녀의 책상 위에 익명의 커피 한 잔이 놓였다. 내가 놓고 온 것이지만, CCTV에 찍히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녀는 누군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미소를 지었다. 나는 모니터에 집중하는 척하며 그녀의 반응을 훔쳐보았다.
점심시간 전, 내 모니터에 메신저 창이 떴다. "오늘 저녁, 시간 어때요?" 심장이 타자기처럼 내 가슴을 두드렸다. 답장을 쓰려는 순간, 팀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김대리, 인사팀에서 찾아요." 나는 고개를 들었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에서 읽은 것은 놀람이었을까, 아니면 안도였을까? 회사라는 미로 속에서, 우리의 썸은 계속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