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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아내

직장과 아내 사이: 투명한 거짓말

오늘도 그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다. 입술에서 새어나온 "야근"이라는 두 글자가 공기 중에 멈춰 선 것 같았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오늘은 프로젝트 마감이라 늦을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전화기 너머로 아내의 목소리가 따뜻하게 들려왔다. "알았어. 너무 무리하지 마. 내일 아침에 봐."

정민은 사무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모니터 불빛만이 어두운 사무실을 밝혔다. 시계는 이미 저녁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동료들은 모두 떠난 지 오래. 그는 정말 야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회사 업무가 아니었다.

화면 속에는 그가 6개월째 몰래 준비해온 창업 계획서가 떠 있었다. 10년 다닌 회사를 떠나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꿈. 그것은 아내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비밀이었다.

커피잔에서 올라오는 김이 이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다. 퇴사, 대출, 사업자등록... 모든 단어가 그에게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당신에게 이런 위험을 감수하게 할 수 없어." 그는 매일 밤 이 말을 되뇌었다. 아내는 안정을 사랑했다. 그녀의 부모님이 사업 실패로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 선명했다. 정민은 아내가 다시 그런 불안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녀의 메시지였다.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 아침에 너 좋아하는 샌드위치 만들어 놓을게."

가슴이 조여들었다. 그는 아내에게 직접 묻고 싶었다.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지만 그 질문은 항상 목구멍에서 맴돌 뿐이었다.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정민은 마지막 서류를 저장하고 컴퓨터를 껐다.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전화였다.

"여보, 나야. 늦었는데 어디야?"

"방금 회사 나왔어. 집에 가는 길이야."

"...알았어. 그런데 나 지금 당신 회사 앞이야."

정민의 심장이 멈춘 듯했다. 멀리서 아내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녀의 손에는 도시락 가방이 들려 있었다.

"밥은 먹었어? 당신이 바빠서 식사를 건너뛸까 봐 가져왔어."

그제서야 정민은 깨달았다. 그가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처럼, 아내도 그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어떤 꿈이든 함께하고 싶어." 아내가 말했다. "당신 옆에 있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불확실함도 견딜 수 있어."

그 순간, 정민은 자신이 가장 투명한 거짓말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거짓말은 아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자신의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