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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여름

여름 직장: 태양이 녹여버린 일상

에어컨이 고장 난 사무실은 태양이 지배하는 영토가 되었다. 27층 유리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은 무자비했고, 나는 그 안에 갇힌 채 서서히 끓어가는 중이었다.

그날은 7월의 마지막 금요일이었다. 습도 80%의 공기가 폐를 채울 때마다 숨이 가빠졌다. 컴퓨터 키보드는 손가락 땀으로 미끄러웠고, 오전 9시인데도 셔츠 뒷면은 이미 물에 젖은 듯 등에 달라붙었다. 사무실 구석의 선풍기 한 대가 절망적으로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켰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용광로의 열기를 휘저어 더 골고루 퍼뜨리는 것 같았다.

"김 대리, 프로젝트 자료 준비됐나?"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형광등 빛에 반사되어 번쩍였다.

"네, 거의 다 됐습니다." 내 목소리는 건조한 사막의 모래처럼 갈라졌다.

창밖을 바라보니 차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신기루처럼 일렁였다. 창문을 열면 더운 공기가 들어올까, 닫으면 사무실이 찜통이 될까. 매일 같은 질문을 던지며 벌써 두 달째 살아가고 있었다.

점심시간, 모두가 지하 푸드코트의 시원함을 찾아 내려갔다. 나만 혼자 남아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창가에 놓인 작은 선인장이 내 상태를 비웃듯 싱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더운 날씨에 가장 바쁜 일이 몰려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위는 생각의 속도를 늦췄다. 오후 회의에서 나는 내 발표 중간에 말이 끊겼다. 모두가 불편하게 자리에서 꿈틀거렸고, 팀장의 눈빛은 점점 날카로워졌다.

"이번 분기 목표... 그게..." 내 머릿속 생각들이 땀방울처럼 증발해버렸다.

그때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어둠이 사무실을 덮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컴퓨터 화면들이 꺼지고, 전화벨 소리도 멈췄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자연광만으로도 충분했다.

"다들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하고 퇴근합시다." 팀장의 말이 어둠 속에서 흘러나왔다. 이 무더위에 일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는 결론이었다.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던 땀방울이 멈췄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열기 속에서 끓고 있었고, 때로는 시스템이 멈춰야만 우리도 쉴 수 있다는 것을. 여름 직장의 진짜 온도는 섭씨가 아닌, 우리가 서로에게 허락하는 여유의 크기로 측정되었다.

27층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여전히 뜨거웠지만, 이제 그 열기는 내게 적이 아니라 이상하게 동료처럼 느껴졌다. 퇴근길, 아이스크림을 든 내 손에서 녹아내리는 속도만큼 빠르게, 오늘의 스트레스도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