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직장여사친

직장의 그림자, 여사친의 비밀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바로 귀가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우리 회사 건물 앞 카페의 창가 자리, 나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건너편 회사 건물 14층의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언제나처럼 그녀가 있었다.

유리창에 반사된 형광등 빛 아래, 수진은 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언가를 열심히 타이핑하고 있었다. 우리가 대학 동기로 처음 만난 지 10년, 지금은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지만 여전히 '베프'라는 이름으로 가장 가까운 '여사친'으로 지내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퇴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매일 이 자리를 지켰다. 그녀는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오늘도 야근이구나," 중얼거리며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쓴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수진의 회사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블랙기업으로, 그녀는 종종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녀에게 "그만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내 말 한마디가 우리의 10년 우정에 균열을 낼까 두려웠다.

진동하는 핸드폰 화면에는 그녀의 메시지가 떴다. "오늘도 야근... 지민씨 집 근처 지나갈 때 연락할게요. 혹시 술 한잔?"

메시지를 보는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내가 이렇게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단지 친구로서 그녀의 안전을 걱정한다고 자신을 속여왔지만, 어쩌면 이건 순수한 우정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날 괴롭혔다.

그때였다. 수진의 모니터 화면에서 무언가가 번쩍였다. 그녀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이상한 예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20분 후, 수진이 건물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옆에는 낯선 남자가 있었고, 둘은 친밀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었다. 남자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에 감겼다.

숨이 막혔다. 이제야 깨달았다. 나의 '우정'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왜 야근을 자처했는지도.

내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오늘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어요. 다음에 봐요, 지민씨."

카페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은 처연했다. 직장 생활 중 발견한 여사친의 비밀과 내 마음의 민낯을 동시에 마주한 이 순간, 나는 우리의 10년이 지은 환상의 성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무너지는 소리가 너무나 아름답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