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속 비밀 여친: 사랑이 금지된 곳에서
차가운 형광등 아래, 열 다섯 번째 엑셀 파일을 닫으며 김준호는 문득 그녀의 쪽지를 펼쳤다. "오늘 밤 옥상, 7시." 단 네 글자였지만,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린테크 기업 4년 차 대리, 김준호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바로 같은 부서 신입사원 이미나와의 관계였다. 회사 내 연애는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었고, 특히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관계는 더더욱 용납되지 않았다.
"준호 대리, 이번 프로젝트 마감 언제까지입니까?" 팀장의 목소리에 준호는 화들짝 놀라 쪽지를 서랍에 숨겼다.
"내일 오후까지 완료하겠습니다."
책상 너머로 이미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준호만 알아챌 수 있는 미소가 입꼬리에 어렸다. 그 순간, 준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옥상 말고 지하 주차장으로 와. B-7. 지켜보는 눈이 있어.'
오후 내내 시간은 끔찍하게 느리게 흘렀다. 회의실에서 팀장이 "사내 문화 개선" 얘기를 할 때, 준호는 식은땀을 흘렸다. "최근 사내 연애 문제로 인한 업무 효율성 저하가 심각합니다. 이번 달부터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시계가 6시 55분을 가리켰을 때, 준호는 마지막 업무 메일을 보내고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통해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B-7 구역은 사각지대로, CCTV가 닿지 않는 곳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러나 다가가자 준호는 얼어붙었다. 이미나가 아닌, 인사팀 박과장이 서 있었다.
"김준호 대리, 회사 규정 위반으로 경고장을 드립니다."
그 순간, 준호의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이미나였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은 단호했다.
"박과장님, 저희가 만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 사직서입니다."
이미나가 내민 봉투를 박과장은 받지 않았다. 대신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이건 테스트였어요. 우리 회사가 구시대적인 규제를 버리고 투명한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죠. 여러분처럼 정직하게 자신의 관계를 인정하는 커플들을 찾고 있었어요."
준호와 이미나는 어리둥절했다. 박과장은 봉투를 돌려주며 말했다. "사직서 대신, 이번 주 금요일 경영진과의 오찬에 두 분을 초대합니다. 새로운 사내 연애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네요."
주차장을 나오며, 준호와 이미나는 손을 맞잡았다. 그들의 관계는 이제 비밀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터무니없는 두려움이었다. 이미나가 속삭였다. "이제 우리, 회사 엘리베이터에서도 손잡을 수 있겠네."
그날 밤, 준호는 그의 직장생활 5년 만에 처음으로 내일이 기다려졌다. 어쩌면 진짜 테스트는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에게 용기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