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영상: 보이지 않는 감시자
CCTV에 잡힌 내 모습은 내가 아는 나와 달랐다. 회사 로비에서 커피를 쏟은 그날, 나는 영상 속에서 뜨거운 액체가 셔츠를 적시자 주변을 둘러보고 재빨리 휴지로 닦아내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영상은 그 이후 내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행동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바닥에 떨어진 커피를 발로 쓸어 소파 밑으로 밀어넣는 장면.
"이 영상은 어떻게 구한 거죠?" 내 목소리가 떨렸다. 인사팀장 김 부장은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답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당신의 직장 내 평판을 형성한다는 겁니다."
그날 이후 내 시선은 자꾸 천장의 검은 반구들로 향했다. 카페에서 식사할 때도,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심지어 화장실 입구에서도 감시의 눈동자가 나를 좇는 느낌이었다. 회사 메신저로 전송한 사적인 대화들, 점심시간에 슬그머니 자리를 비운 15분, 업무용 프린터로 인쇄한 개인 서류들—이 모든 것이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나를 옥죄었다.
한 달 후, 내 업무 평가지에는 '동료와의 협력 능력 저조'라는 의외의 항목이 체크되어 있었다. "무슨 근거로요?" 내가 묻자 팀장은 다시 태블릿을 꺼냈다. 이번엔 회의실 영상이었다. 나는 회의 중 발언권을 잡으려 손을 들었다가, 옆 동료가 말을 시작하자 미세하게 눈을 굴리는 장면이 슬로모션으로 재생됐다.
"이건... 불공정해요. 모두가 그렇게 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잖아요." 내가 항변했지만 팀장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나는 사무실 CCTV의 사각지대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창가 옆 기둥 뒤, 복사기와 캐비닛 사이, 비상구 계단 앞—이곳들에서 나는 숨을 고르고 진짜 내 표정을 되찾았다. 동료들도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눈빛으로 안전 지대를 공유했다.
어느 날 저녁, 남은 업무를 처리하던 중 우연히 열린 서버실 문틈으로 들어가 봤다. 모니터 수십 개가 회사 곳곳을 비추고 있었고, 한쪽에는 '행동 패턴 분석' 폴더가 있었다. 그 안에는 직원별로 분류된 영상 클립들과 AI 분석 보고서가 가득했다. 내 이름을 검색하자 '퇴사 가능성 68%'라는 붉은 경고등이 깜빡였다.
다음 날, 나는 평소와 다르게 행동했다. 더 환하게 웃고, 더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더 긴 시간 모니터를 응시했다. 일주일 후 서버실 데이터를 다시 확인했을 때, 내 '퇴사 가능성'은 31%로 떨어져 있었다.
오늘, 팀장은 내게 인사팀 보조로 일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당신의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해 보여서요." 그의 말이었다. 나는 미소지으며 수락했다. 이제 내가 영상을 관리하게 될 것이다. 모두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