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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오컬트

직장 오컬트: 사무실 안의 이면세계

"출근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 그들이 옵니다." 경비원 할아버지가 내게 속삭였다. 입사 첫날,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빌딩 32층에 자리한 '성공벤처스'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회사였다. 형광등 불빛 아래 정렬된 큐비클, 공기 중에 떠도는 프린터 토너와 커피 향,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 하지만 오후 3시 33분,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소했다. 내 모니터에 반영된 동료들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다가 돌아오는 것. 엘리베이터가 아무도 타지 않았는데 33층에서 멈추는 것. 복사기에서 누구도 요청하지 않은 문서가 인쇄되는 것. 모두가 '시스템 오류'라고 웃어넘겼다.

그러나 어느 날, 야근 중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회의실에서 빛이 새어나왔다. 호기심에 들여다본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팀장님과 과장들이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는데, 그들의 형체가 희미하게 떨리며 실루엣만 남아있었다. 중앙의 프로젝터에서는 숫자가 아닌 기이한 상형문자들이 벽에 투사되고 있었다.

"김 대리, 회의에 참석해주겠어요?"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에 질려 달아난 나는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이후 정상적인 업무 시간 외에 진행되는 '전략 회의'에 초대받기 시작했다. 거절할 수 없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모든 동료의 눈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다. 테이블 중앙에는 분기별 실적 보고서 대신 낡은 양피지가 펼쳐져 있었다.

"우리 회사는 단순한 기업이 아닙니다." 팀장님이 말했다. "우리는 차원 간 에너지를 수확하는 문명의 전초기지죠. 매출이 아닌 '다른 것'을 창출합니다. 당신도 이제 알게 될 거예요."

그날 이후, 나는 이 회사의 진짜 조직도를 보았다. CEO는 인간이 아니었다. 매월 진행되는 '직원 만족도 조사'는 영혼 에너지를 측정하는 의식이었다. 내가 매일 처리하는 스프레드시트의 숫자들은 이 세계와 다른 차원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주문이었다.

어제, 인사팀에서 승진 소식을 알려왔다. "축하합니다. 이제 당신은 차장급입니다." 계약서에 서명하자 내 손가락에서 한 방울의 피가 떨어졌다. 나는 그제서야 이해했다. 이 회사에서 직급은 단순한 지위가 아니라 의식의 단계였다. 그리고 다음 분기 성과 평가에서 내게 기대되는 것은 단순한 실적이 아니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경비원 할아버지가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이제 당신도 그들 중 하나군요." 그의 눈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다.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명함을 꺼내보니, 직함이 바뀌어 있었다. '차원 경계 관리자'. 사무실 문을 열자, 모든 동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나 자신이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