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출근: 무한반복의 굴레
아침 7시 30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몸은 이미 다음 알람을 예상하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출근의 굴레. 열 번째 직장에서도 달라진 건 없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에 거슬렸다. 밝은 하늘은 마치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바닥에 닿은 발바닥이 차갑게 느껴졌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예열되지 않아 처음엔 얼음장 같았다가 갑자기 끓는 물처럼 변했다. 마치 직장 상사의 기분처럼.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 한 잔과 건조한 토스트를 허겁지겁 입에 밀어 넣으며 시계를 확인했다. 8시 15분. 지하철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넥타이를 매는 손가락이 서툴게 움직였다. 몇 년째 매는 넥타이인데도 마치 처음 매는 것처럼 어색했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자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이웃들과 마주쳤다. 모두 똑같은 표정, 똑같은 걸음걸이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알아보길 원치 않았다. 각자의 작은 세계 속에서 오늘 하루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지하철 안,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스마트폰 불빛에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회사 메신저에는 이미 상사가 보낸 메시지가 세 개나 쌓여 있었다. "오늘 회의 자료 준비됐나요?" "9시 회의니까 미리 회의실 세팅해주세요." "출근하면 내 자리로 와주세요."
회사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리와 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상자 같은 건물. 그곳에서 나는 오늘도 작은 톱니바퀴가 될 것이다. 회전문을 통과하자 냉방이 잘 된 로비의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보안 카드를 찍는 소리가 딸깍 울렸다. 출근 완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멈칫했다. 텅 빈 사무실에 나 홀로 서 있었다. 시계를 확인했다. 8시 50분. 다들 어디 갔지? 책상 위에는 낯선 쪽지 한 장. "오늘 전체 워크숍입니다. 장소: 그랜드호텔 2층. 9시까지 오세요."
그제서야 단체 메시지가 왔던 것이 기억났다. 어제 퇴근 직전, 나는 그걸 확인하지 않았다. 다시 엘리베이터로 뛰어가는 나의 발소리만 텅 빈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매일 출근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곳에도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끝없는 반복 속에서 나는 존재했지만 살아있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대신, 나는 건물 뒤쪽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오늘만큼은 다른 길을 택하기로 했다. 어쩌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직장이 아닌, 진짜 나의 삶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