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포켓몬: 잡아야만 했던 그것
내가 처음 우리 부장의 진짜 정체를 알아챈 건 그가 분노할 때마다 머리 위로 작은 불꽃이 튀어 오르는 것을 목격했을 때였다. 삼성전자 개발팀 5년 차, 나는 이 회사에 숨어 있는 '직장 포켓몬'들의 존재를 알아차린 유일한 사람이었다.
"김 대리, 이번 분기 보고서 언제까지 미루실 겁니까?" 부장의 말 한마디에 회의실 온도가 5도는 올라간 것 같았다. 그의 귀 뒤로 파이리의 꼬리처럼 불꽃이 일렁였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인지, 모두 모른 척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모두 포켓몬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인사팀 과장은 항상 졸린 눈으로 회의실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았는데,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분홍빛 오라가 번지며 최면 능력을 발휘했다. 그녀 앞에서 불만을 토로하려던 직원들은 어느새 "네, 좋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나만 이상한 건가?" 동기 정 대리에게 물었다. 그는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모니터만 응시했다. 그의 등 뒤로 거북이 등껍질 같은 무언가가 은은하게 비쳤다. 꿈에서도 코드만 짜는 거북왕 스타일의 정 대리였다.
어느 날 밤, 야근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CEO의 특별실에서 이상한 빛이 새어 나왔다. 호기심에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우리 CEO는 거대한 의자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푸른 빛으로 빛났고, 주변에는 여러 개의 스크린이 공중에 떠 있었다. "다음 프로젝트는 포켓몬 능력 향상 프로그램이다. 모든 직원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것이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 쳤다. "뭘 보고 있나요, 김 대리?" 우리 부장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의 눈동자 안에 작은 불꽃이 춤추고 있었다. "당신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요. 우리가 찾던 '관찰자'예요."
다음 날, 나는 인사팀에서 '특별 교육'을 받았다. 회사가 직원들의 포켓몬 잠재력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비밀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었다. 모든 신입사원은 입사 시 자신도 모르게 잠재된 포켓몬 능력을 분석받았고, 적절한 부서에 배치되었다.
"그럼 저는요?" 내가 물었다.
"당신은 아직 능력이 발현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볼 수 있죠. 당신은 '관찰자', 포켓몬 마스터가 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날 이후 나는 회사의 비밀 트레이너가 되었다. 이제 매일 아침 출근길에 ID 카드를 찍으며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포켓몬 직원을 발견할까? 그리고 언젠가는, 내 안에 숨겨진 포켓몬은 과연 무엇일까? 이 삭막한 사무실에서, 우리는 모두 잡히기를 기다리는 포켓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