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직장: 피부 아래의 진실
그날 아침, 민지의 책상 위에는 작은 화장품 샘플이 놓여 있었다. 회사 전체 여직원들의 책상마다 같은 제품이 놓여 있었다. 로고도 없고, 제조사도 표기되지 않은 순백색 용기. 오직 "진실 크림"이라는 세 글자만 새겨져 있었다.
"다들 받았네. 회사에서 여직원 복지라나?" 옆자리의 수진이 속삭였다. 민지는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았다. 은은한 장미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손등에 조금 발라보니 피부가 놀랍도록 촉촉해졌다.
회사 화장실, 민지는 거울 앞에서 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있었다. 크림이 피부에 스며들자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이상했다. 입술이 더 선명해졌고, 눈은 더 커 보였다. 마치 미팅 프레젠테이션용 자료사진처럼 '완벽해진' 얼굴이었다.
"오늘 뭐 바꿨어? 너무 예뻐 보여." 회의실에 들어서자 팀장이 말했다. 민지의 발표는 그날 처음으로 아무런 지적 없이 통과되었다. 팀원들의 시선이 온통 민지에게 꽂혔다. 그녀는 이상한 자신감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며칠이 지나자 회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진실 크림'을 바른 여직원들의 얼굴은 점점 더 완벽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표정은 점점 더 비슷해졌다. 회의에서의 반대 의견은 사라졌고, 복도에서 마주치는 미소는 모두 같은 각도로 구부러졌다.
어느 날 밤, 민지는 잠에서 깨어 화장대 거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의 얼굴이 마치 마네킹처럼 보였다. 표정을 바꿔보려 했지만 근육이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에 질린 채 크림 용기를 집어들자, 그제야 바닥에 쓰인 작은 글씨가 보였다.
"사용 주의: 본 제품은 직장 내 여성의 업무 효율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부작용으로 개성 상실과 자아 소멸이 보고되었으나, 회사 생산성 향상에는 지장 없음."
다음 날, 민지는 미끄러운 피부에 거친 면수건을 문지르며 크림을 지워냈다. 피부는 빨갛게 부어올랐지만, 그 아래서 자신의 얼굴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느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모두가 그녀를 쳐다봤다. 완벽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직원들 사이에서, 붉은 얼굴의 민지는 이제 서류가방에서 사직서를 꺼내들었다.
"민지씨, 무슨 일 있어요?" 팀장이 물었다. 민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불완전한'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진짜 미소였다.
"네, 제 진짜 얼굴을 찾았어요." 민지는 테이블 위에 놓인 하얀 크림 용기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녀가 사무실을 나서자, 뒤에서 누군가 화장실로 달려가는 발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