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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MBTI

직장 MBTI: 성격이 운명을 결정하는 곳

회의실 유리문 너머로 첫 인상부터 나를 향해 빛나던 그녀의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 "김 대리님은 ENFJ시죠? 제가 봤을 때는..." 인사팀 신입사원 이수아는 내 책상 앞에 서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사무실 온도가 갑자기 내려간 것 같았다. 내 MBTI를 어떻게 알았을까. 더 놀라운 것은 그녀가 맞췄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회사는 최근 직원들의 MBTI 정보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어요. 저는 그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차가운 금속 맛이 혀끝에 느껴졌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우리 직장에서 MBTI가 인사 평가 기준이 된다고? 나는 그녀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전직원 메일로 공지가 내려왔다.

〈직원 성격유형 기반 조직 재편성 안내〉 - ENTJ, ESTJ: 임원 후보군 관리 - ENFJ, ESFJ: 대외협력 및 고객관리 - INTJ, ISTJ: 기획 및 분석 업무 - ENFP, ESFP: 마케팅 및 홍보 - 기타 유형: 지원 부서 재배치

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10년간 개발팀에서 코드와 씨름해온 나에게 대외협력이라니. 점심시간, 개발팀 동료 박 과장(INTP)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나는 '기타 유형'이래. 10년 경력이 한순간에..." 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 사무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소곤거리는 대화 속에서 "MBTI 조작"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MBTI 검사를 다시 해봤다. 마지막 질문을 앞두고 잠시 망설였다. 내가 진짜 나로 답하면 여전히 ENFJ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임원 후보군'에 들어갈 ENTJ가 되려면 단 몇 개의 답변만 바꾸면 된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떨렸다.

다음 날, 이수아가 내 책상으로 다가왔다. "김 대리님, 어제 저녁에 MBTI 재검사 기록이 시스템에 남아있네요. 혹시..."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입안이 바짝 말랐다. 그때 깨달았다. 회사 시스템이 모든 검사 과정을 추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는 진짜 제 모습대로 살고 싶어요."

이수아의 표정이 순간 바뀌었다. 그녀는 주변을 살핀 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제가 제안한 겁니다.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게 아니라, 누가 자신의 성격을 위조할 만큼 회사에 충성하는지 테스트하는 거였어요." 그녀가 모니터를 돌려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두 개의 리스트가 있었다. '진실된 자아'와 '위조된 자아' 명단이었다. 내 이름은 첫 번째 리스트에 있었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본모습을 지키는 사람이죠." 이수아가 씁쓸하게 웃었다. "이번 주말부터 임원 연수가 시작됩니다. 준비하세요, 김 대리님."

창밖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나는 문득 깨달았다. 직장에서 가장 위험한 MBTI는 따로 있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FAKE' 유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