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직장, 419호 맞은편
그녀가 커피를 마시는 방식을 관찰하는 데 정확히 삼 년이 걸렸다. 이병주는 자신의 책상 모니터 위로 간신히 보이는 419호 맞은편 자리를 흘끔거리며 오늘도 그녀의 일과를 머릿속에 기록했다. 아메리카노, 얼음 네 개, 빨대 없이, 오전 9시 27분, 첫 모금 전 항상 머그잔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리는 의식. 이제는 달력을 보지 않고도 그녀가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었다. 월요일엔 네이비 블라우스, 수요일엔 베이지색 원피스, 비 오는 날엔 회색 카디건.
"이 부장, 또 넋 놓고 있어요?" 옆자리 최 대리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그는 화들짝 놀라 키보드를 떨어뜨렸다. "회의 시작한 지 오분 됐는데, 팀장님 찾으세요."
회의실로 걸어가는 동안, 이병주는 자신의 삶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생각했다. 서른여덟, 중견 기업 마케팅 부장, 그리고 건너편 회계팀 여자에게 삼 년째 짝사랑 중. 한 번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본 적 없는. 그녀의 이름이 '박지원'이라는 것, 회계팀에서 가장 일을 잘한다는 것,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 이 정도가 그가 아는 전부였다.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녀와 마주쳤다. 다섯 명이 함께 탄 좁은 공간에서 이병주의 심장은 고등학생처럼 뛰었다. 그녀에게서는 어렴풋이 레몬 향이 났다. 9층에서 그녀가 내리기 전, 이병주는 용기를 내어 작게 말했다.
"오늘... 비 온대요."
그녀는 잠깐 그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알아요, 회색 카디건 챙겨왔어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이병주는 얼어붙었다. 그녀가 알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의 모든 관찰, 모든 흘끔거림을 알고 있었다. 창피함이 그를 덮쳤다. 사무실로 돌아와 그는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봤다. 419호 맞은편은 비어 있었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그는 혼자 앉아 밥을 비벼 먹고 있었다. 누군가 그의 테이블에 쟁반을 놓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을까요?" 박지원이었다. 이병주는 너무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실은 저도 당신을 삼 년째 지켜봤거든요. 당신이 월요일마다 입는 남색 넥타이, 비 오는 날 항상 까먹는 우산, 오후 세 시에 마시는 믹스 커피... 우리 참 이상하죠?"
그녀가 웃었다. 살짝 앞니가 튀어나온 모습이 귀여웠다. 이병주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의 짝사랑은 일방적인 관찰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를 향한 조용한 대화였다. 그들은 말없이 삼 년간 서로의 일상을 함께했던 것이다.
"커피... 한잔 마실래요? 제가 타드릴게요. 믹스 커피, 맞죠?" 이병주가 물었다.
그날 오후, 419호와 맞은편 자리는 모두 비어 있었다. 그리고 회사 옥상에서는 두 사람이 커피를 나누며, 삼 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마침내 시작된 진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