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취업: 당신의 자리는 비어있습니다
입사지원서를 열두 번째로 제출하던 날, 이수현은 그녀의 LinkedIn 프로필을 다시 훔쳐보았다. 채용담당자 박지민. 그녀의 미소는 수현이 지난 3개월간 반복해서 꾸었던 꿈의 주인공이었다. 취업 준비와 짝사랑이 이렇게 기묘하게 얽힐 줄은 몰랐다.
"이 회사에 지원하는 이유가 뭐예요?" 면접관의 질문이 귓가에 맴돌았다. '당신이 있어서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대신 "귀사의 혁신적인 기업 문화와 성장 가능성 때문입니다"라는 모범답안을 준비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단지 완전한 진실도 아니었을 뿐.
면접장 대기실에 앉아 향수 냄새를 맡았다. 은은한 재스민 향, 지민이 항상 뿌리는 그 향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구두를 닦으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충분히 좋아보였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수현 님,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완벽하게 전문적인 어조였지만, 수현의 귀에는 천상의 멜로디처럼 들렸다. 지민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그녀의 눈에는 아무런 특별한 감정도 없었다. 그저 오늘의 열두 번째 지원자를 맞이하는 일상적인 표정뿐이었다.
면접은 놀랍게도 잘 진행됐다. 준비한 답변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지민도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마지막 질문을 앞두고 수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혹시 질문 있으세요?'라는 말이 나올 차례였다.
"혹시 질문 있으세요?"
수현은 목을 가다듬었다. "박지민 님은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개인적인 질문이었지만, 전문성의 경계를 넘지 않는 질문이었다.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좋은 질문이네요." 지민이 말했다. "아마도 제가 발탁한 신입사원이 첫 프로젝트에서 성공했을 때였어요. 그 순간의 성취감은 정말 특별했죠."
수현은 그 신입사원이 자신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 복도에서 우연히 지민과 마주쳤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오늘 정말 좋은 면접이었어요. 결과는 다음 주에 알려드릴게요."
일주일 후, 이메일이 도착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합격 여부보다 그 이메일이 지민에게서 온 것인지가 더 중요했다. 화면을 열자 첫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수현 님, 축하합니다. 당신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첫 출근날, 수현은 지민의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맞이했다. "이수현 씨, 우리 팀에 온 것을 환영해요."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반지가 반짝였다. 수현이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이 그제야 보였다. 짝사랑은 짝사랑일 뿐이었고, 취업은 그저 취업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때로는 짝사랑이 우리를 원하지 않았던 곳으로 데려가지만, 그곳에서 우리가 진짜로 원했던 것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