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남편의 비밀
아침 7시, 남편의 넥타이가 거울 앞에서 완벽한 매듭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나는 침대에 앉아 그 익숙한 의식을 지켜보았다. 15년 동안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동작으로 출근을 준비하는 그 사람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오늘도 늦게 들어올 거야?" 내 목소리는 공기 중에 흩어졌다. 커피 향이 부엌에서 거실로 번지는 동안, 남편은 서류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의 손등에 새겨진 푸른 혈관이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중요한 계약이 있어. 기다리지 마." 그의 대답은 언제나처럼 건조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집 안에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나는 남편의 서재로 향했다. 평소라면 들어가지 않을 공간이었지만, 어제 밤 그의 휴대폰에 온 메시지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준비 완료. 내일 아침 9시.' 그가 숨겨둔 또 다른 삶이 있다는 불안감이 내 발걸음을 이끌었다.
책상 위는 놀라울 정도로 정돈되어 있었다. 서류들 사이에서 낡은 다이어리 한 권을 발견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 낯선 주소와 이름들이 빼곡했다. 페이지를 계속 넘길수록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외도의 증거는 없었다. 대신 발견한 것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과 약도, 그리고 여러 장의 신분증 사진이었다.
책상 서랍을 열었을 때, 차가운 금속이 내 손끝에 닿았다. 검은 권총. 옆에는 여권 여러 개가 놓여 있었고, 모두 남편의 얼굴이지만 다른 이름들이었다. 현기증이 일었다. 누가 내 곁에서 잠들고 일어나는지, 누가 매일 아침 똑같은 넥타이 매듭을 만들며 출근하는지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놓고 왔어." 남편의 목소리였다. 나는 급히 서랍을 닫았지만,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서재 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눈에는 놀람도, 분노도 없었다. 대신 깊은 체념이 있었다.
"알고 싶었니?"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랐다. 어딘가 이국적인 억양이 느껴졌다. "미안해,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어. 하지만 진실을 말하면 더 위험했을 거야."
그날 밤, 우리는 모든 짐을 싸서 떠났다. 남편은 더 이상 넥타이를 매지 않았고, 나는 더 이상 그의 귀가를 기다리지 않았다. 우리의 새로운 삶에는 출근도, 퇴근도 없었다. 오직 도망치는 순간들만이 있었다. 가끔은 그가 15년 동안 완벽하게 연기한 평범한 남편의 모습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내 옆에 누워 있는 이 낯선 사람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