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의 환상: 취업이라는 꿈
첫 출근 날, 성준은 얼마나 많은 거짓말이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버스에서 내려 기업 로고가 빛나는 유리 건물을 올려다보며, 그는 자신의 이력서에 기재한 화려한 경력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준비된 인재, 성준 님을 환영합니다." 로비에서 그를 맞이한 인사팀장의 미소가 눈부셨다. 비밀번호가 적힌 사원증을 건네받으며 성준은 손바닥에 맺힌 식은땀을 슬쩍 바지에 문질렀다. 사원증 속 자신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엘리베이터는 24층으로 그를 데려갔다. 문이 열리자 유리벽 너머로 서울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성준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꿈꾸던 세계에 마침내 발을 들인 희열과, 언제 모든 것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공존했다.
"여기가 성준 님 자리예요. 첫날이니 편하게 적응하세요." 옆자리 여직원이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아메리카노의 쓴 향이 코끝을 스쳤다. 성준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컴퓨터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오전 회의에서 그는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김성준입니다. 이전 회사에서 유사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어 빠르게 적응하겠습니다." 그 말을 하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는 지난 3년간의 취업 실패와 아르바이트, 그리고 밤마다 완성해온 가짜 포트폴리오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점심시간, 동료들과 나눈 대화는 모두 거짓의 연속이었다. 해외 출장 경험, 전 직장에서의 승진, 심지어 졸업한 대학까지. 성준의 모든 말은 취업 준비 기간 동안 공들여 만든 페르소나에서 나왔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기했다.
오후 업무 시간, 팀장이 갑자기 그의 자리로 다가왔다. "성준 씨, 지난 프로젝트 파일 좀 공유해줄래요? 참고할 게 있어서." 성준의 등줄기로 차가운 땀이 흘렀다. 존재하지 않는 파일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까. 그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네, 인사팀입니다. 성준 님, 잠시 내려오실 수 있을까요? 서류 확인할 게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성준은 자신의 가짜 이력서가 들통 났음을 직감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다. 인사팀장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그는 무너진 성처럼 무너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문이 열렸다. 그런데 인사팀장의 표정이 의외로 밝았다. "성준 님, 축하드립니다. 수습 기간 없이 정식 채용 결정됐어요. CEO가 당신의 이력에 깊은 인상을 받으셨거든요."
성준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 뒤에는 더 깊은 공허함이 자리잡았다. 이제 그는 매일 아침 출근하여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사무실을 나오며 성준은 문득 깨달았다. 취업이란 어쩌면 자신을 잃어버리는 또 다른 방식의 실업일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