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한 남편: 그가 돌아왔을 때
맞벌이를 하기로 한 결혼 초에 남편이 갑자기 실직했다. 내가 홀로 가계를 꾸리기 시작한 지 정확히 534일째 되는 날이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남편이 들어섰을 때, 그의 눈빛이 달랐다. 지난 1년 반 동안 내 집 소파에 박제된 듯 앉아있던 무기력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취업했어." 그가 말했다. 두 마디. 단 두 마디가 우리의 세계를 뒤흔들었다.
냉장고에서 샴페인을 꺼내는 동안 나는 얼음처럼 차가운 병을 만지며 이 순간이 실제라는 것을 확인했다. 남편은 거실 벽에 붙어있던 구직 일정표를 떼어내고 있었다. 그 종이 위에 그어진 빨간 취소선들과 실패의 기록들이 한 장씩 바닥으로 떨어졌다.
"IT 회사야. 연봉은 예전보다 조금 적지만..." 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나는 웃으려 했지만 울음이 먼저 나왔다. 그가 얼마나 많은 밤을 자기 이력서를 들여다보며 보냈는지, 몇 번이나 면접에서 돌아와 아무 말 없이 샤워실에 들어가 한 시간씩 물소리만 들렸는지, 내가 늦게 퇴근하던 날 그가 준비해 놓은 저녁 식사 옆에 놓인 구겨진 탈락 통지서를 몇 번이나 보았는지.
"당신이 해냈네요." 내가 말했다. 우리는 잔을 부딪쳤다.
그날 밤, 그는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 나는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창가에 서 있었다. 우리 아파트 불빛이 도시의 다른 불빛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모든 불빛 뒤에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는 취업 소식을 축하하고, 어떤 이는 해고 통지를 받았을 것이다.
남편의 새 회사 첫 출근일 아침, 넥타이를 매는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눈에서 나는 두려움을 보았다. 성공에 대한 두려움, (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당신은 이미 가장 어려운 부분을 이겨냈어요." 내가 말했다.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잖아요."
그가 출근한 후, 나는 그동안 모아둔 '남편 취업 축하' 폴더를 열었다. 맞벌이 가계부 계획표, 주말여행 후보지 목록, 그리고 마지막으로 - 내 사직서 초안. 나는 그것을 다시 읽어보았다. 남편의 취업이 내게 준 것은 단순한 경제적 안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오래 미뤄왔던 꿈을 쫓을 자유였다. 어쩌면 이제는 내 차례인지도 모른다.
핸드폰이 울렸다. 남편이었다. "첫날인데 벌써 전화해서 미안해. 근데 내가 여기 있으니까 실감이 안 나서..." 그의 목소리가 햇살처럼 밝았다. 나는 미소지었다. 가끔은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만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함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