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다이어트: 버려야 얻는 것들
그날 아침, 박진우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과 이력서를 나란히 놓고 바라봤다. 둘 다 너무 많은 것들로 부풀어 있었다. 허리춤의 살과 이력서의 과장된 경력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20kg 감량하고, 취업 성공하면 인생이 달라질 거야." 그는 매일 아침 같은 주문을 외웠다. 취업 준비 5년 차, 다이어트 실패 12번째. 숫자들은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82번째 불합격 통보를 받은 날, 진우는 평소보다 많은 치킨을 시켰다. 기름진 튀김옷 아래 숨은 살코기처럼, 그의 진짜 재능도 어딘가에 숨어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치킨 한 조각을 먹다 말고, 그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이력서에 채워 넣은 것들, 그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남들이 원한다고 생각한 가짜 버전의 자신이었다.
"모든 걸 버려야겠어."
다음 날, 진우는 이력서를 새로 썼다. 화려한 인턴 경력 대신 작은 동네 서점에서 일했던 진짜 경험을. 토익 점수 대신 그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책들을. 스펙 대신 그의 진짜 이야기를. 그리고 믿기지 않게도, 이력서가 가벼워질수록 그의 마음도 가벼워졌다.
면접장에서 처음으로 그는 숨기지 않았다. "저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정말 사랑합니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처음으로 진실된 말이었다. 면접관의 눈빛이 변했다. 인위적인 달콤함이 아닌, 쓴맛이 있는 진짜 초콜릿을 맛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날 저녁, 진우는 평소보다 적은 양의 음식을 먹었다. 맛있게. 천천히.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으면서. 이상하게도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먼저 찾아왔다. 그동안 그가 채우려 했던 것은 뱃속이 아닌 마음속 공허함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한 달 후, 진우는 두 개의 연락을 받았다. 하나는 기다리던 회사의 합격 통보, 또 하나는 체중계에서 보낸 -5kg의 메시지였다. 둘 다 시작에 불과했지만, 처음으로 그는 진짜 자신을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식당 창가에 앉아 새 직장 동료들과 웃고 있는 진우의 모습은 예전보다 가벼워 보였다. 그것은 단순히 줄어든 체중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버린 것은 지방만이 아니었다. 거짓된 욕망, 타인의 시선에 대한 집착, 완벽해 보이려는 강박. 그가 감량한 것은 취업 이력서와 체중만이 아니라,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거짓된 무게들이었다. 그리고 버린 만큼, 그는 자신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