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드라마: 내가 선택한 배역
면접장 문이 닫히는 순간, 내 인생의 27번째 오디션이 끝났다. 면접관 세 명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7년차 취준생인 내게도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밖으로 나오자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엄마였다. "이번엔 어땠어?"
취업은 내게 끝나지 않는 드라마였다. 시즌마다 바뀌는 트렌드, 계속 변하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언제나 같은 주인공 - 나. 오늘의 면접장은 32인치 평면 TV보다 더 현실적인 무대였다. 면접관들의 날카로운 질문은 대본 없는 즉흥극이었고, 내 답변 하나하나는 내 미래를 결정할 대사들이었다.
"이력서와 자소서만 13번 고쳤어요." 카페에서 만난 진아에게 말했다. 진아는 내 대학 후배이자 같은 회사에 지원한 경쟁자였다. "난 면접 대비 스터디만 4개 했어." 진아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서로의 면접 경험을 공유하며 커피잔을 비웠다. 이상한 일이었다. 경쟁자인데 서로를 응원하고 있었다.
밤에 집에 돌아와 오늘의 면접을 돌이켜봤다. 취업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는 언제나 면접 직후의 자기 평가였다. "네, 저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이 강점입니다"라고 말한 내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외운 대사였을까?
창밖으로 어둠이 짙어질 무렵,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김태현님, 오늘 면접 봤던 HR 담당자입니다." 심장이 멈춘 듯했다. "다음 주 2차 면접 일정을 안내해 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야 숨을 내쉬었다. 1차 합격이었다. 다음 회차로 넘어갔다. 하지만 기쁨보다는 이상한 공허함이 밀려왔다. 바로 그때, 진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나 떨어졌어. 괜찮아. 다음에 또 도전할 거야."
드라마틱한 반전이었다. 나는 합격하고 진아는 떨어졌다. 갑자기 텅 빈 무대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나는 진아에게 답장을 썼다. "다음 주에 2차 면접이야. 도와줄래?" 보내기 전에 잠시 멈추었다. 경쟁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맞을까? 하지만 이 취업 드라마에서 우리는 어쩌면 적이 아니라 같은 여정의 동반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메시지를 보냈다. 진아의 답은 빨랐다. "당연하지! 내일 점심에 만날래?"
취업이라는 드라마는 결국 승자와 패자를 가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의 관객이자 조연이 되어주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새벽빛이 서서히 밝아오는 동안, 나는 깨달았다. 이 드라마의 진짜 의미는 결말이 아니라, 매 장면마다 내가 어떤 배역을 선택하느냐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