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취업: 뜨거운 계절의 차가운 현실
입사 지원서를 제출한 순간, 나는 스물여덟 번째 거절통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어컨도 없는 원룸에서 끈적이는 여름 공기는 마치 덫처럼 나를 붙잡았다. 바깥은 36도. 내 인생의 온도계는 영하를 가리키고 있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컴퓨터 화면에 반사되어 눈이 아팠다. 메일함을 새로고침 할 때마다 손가락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취업 카페에는 합격 수기가 넘쳐났고, 모두가 시원한 회사 건물 안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받는 것만 같았다. 오직 나만이 이 불타는 여름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이번엔 다를 거야." 입술이 바짝 마른 채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빈 물병을 쥐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피어올라 다리를 데일 것 같았다. 편의점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일시적 도피처를 찾은 기분이었다.
"물 하나요." 레지에서 지폐를 건네며 말했다. 알바생은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미쳤죠, 이 날씨가. 한달 후면 개강인데,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알바 그만두고 싶네요."
그 순간 내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에 뜬 '미확인 발신자'를 보고 심장이 멎는 듯했다. 서류를 넣은 회사 중 하나일까?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김준혁 님, OO기업 인사팀입니다. 면접 일정을 조율하고자 연락드렸습니다."
이제까지 들어본 말 중 가장 시원한 한마디였다. 편의점을 나오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여전히 태양은 뜨거웠지만, 어딘가 달라 보였다. 그때 물병의 차가운 이슬이 내 손을 적셨다. 땀과 물방울이 뒤섞인 채 손바닥에 작은 강을 이루었다.
면접 날, 나는 검은 정장을 입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에어컨 바람에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면접장 앞에 도착했을 때, 나와 똑같은 표정의 취준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여름이길." 모두가 같은 소원을 빌고 있는 것 같았다.
면접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회사 건물을 나오는 순간,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재난문자가 울렸다. 그리고 바로 뒤따라 두 번째 문자가 도착했다. "김준혁 님, 축하합니다. 최종 합격을 알려드립니다."
그 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마침내 이해했다. 취업이란 것이 마치 여름과 같다는 것을. 견디기 힘든 무더위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 걸어나가고, 결국 그 끝에는 시원한 바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가장 뜨거운 계절이 우리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품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