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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여행

취업과 여행 사이: 꿈의 지도를 그리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취업 면접을 앞두고 있었지만, 나는 공항에 있었다." 손에 쥔 편도 항공권의 무게가 내 마음만큼이나 무거웠다. 3년간 취업 준비를 위해 흘린 땀과 눈물이 응축된 이력서는 노트북 안에, 그리고 가슴 속에는 미처 떠나보지 못한 세계를 향한 갈망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탑승구 앞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내일 오전 10시, A기업 최종 면접." 알림은 비행기 소리보다 크게 내 귓가를 울렸다. 비행기는 12시간 후 란다왓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면접 시간까지는 정확히 24시간이 남아있었다. 불가능한 일정이었다.

"탑승하시겠습니까?" 승무원의 질문에 나는 여권을 내밀었다. 어쩌면 이것은 도피일지도 모른다. 스물여덟의 나이에 다섯 번째 최종 면접 탈락 통보를 받은 후, 충동적으로 예약한 항공권이었으니까.

비행기 창가에 앉아 이륙하는 순간, 내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구름 위로 올라가는 비행기처럼, 취업이라는 무거운 짐에서 잠시 벗어난 느낌이었다. 기내식을 먹으며 옆자리 외국인과 나눈 대화, 낯선 언어의 영화를 보며 흘린 웃음, 그 모든 순간이 생경했다.

란다왓에 도착한 나는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해변으로 달려갔다. 석양이 물들인 바다를 바라보며 모래사장에 앉았을 때, 문득 지난 3년이 떠올랐다. 취업을 위해 포기했던 모든 여행들, 인생의 모든 순간들.

"실례합니다, 혹시 한국에서 오셨나요?" 한국어로 말을 건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노트북을 든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박현우라고 합니다. 15년 전, 당신처럼 취업 면접 대신 여행을 선택했죠."

그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첫 여행 후 그는 여행 콘텐츠 제작자가 되었고, 지금은 세계 각국의 숨겨진 장소를 소개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가 마침 한국인 콘텐츠 디렉터를 찾고 있어요. 관심 있으신가요?"

그날 밤 나는 호텔 방에서 취업 면접용 이력서를 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는 이메일을 작성했다.

"A기업 인사팀 귀하, 죄송하지만 내일 면접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메일을 보내고 난 후, 나는 발코니로 나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취업이라는 목표만 바라보느라 놓치고 있던 수많은 별들. 이제 나는 그 별들을 따라 나만의 지도를 그려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때로는 가장 멀리 보이는 여행길이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가장 확실한 취업의 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