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영화: 인생의 테이크 원
아무도 채용하지 않는 세상에서, 이력서는 영화 시나리오처럼 허구가 되었다. 지원서를 스무 번째 수정하면서 김재훈은 자신의 삶이 끝없는 오디션이 되어버린 현실을 직시했다.
"안녕하세요, 귀사에 지원한 김재훈입니다. 저는—" 면접관의 눈빛이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천 번째 자기소개에서도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 연기하듯 외운 대사, 그리고 언제나 똑같은 결말. "다음 지원자 들어오세요."
퇴근길 지하철에서 재훈은 핸드폰에 저장된 면접 질문들을 다시 읽었다. 창밖으로 흐르는 도시는 밤의 세트장 같았다. 형광등 아래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같은 표정의 엑스트라처럼 보였다. 그는 생각했다. '내 인생이 감독도 없는 영화라면, 적어도 주연은 내가 맡아야 하지 않을까?'
그날 밤, 우연히 본 독립영화제 포스터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재훈은 충동적으로 자신의 취업 실패담을 짧은 영화로 만들기 시작했다. 서툰 카메라워크, 어설픈 편집, 그리고 처음 써보는 시나리오. 그가 만든 영화는 '취업 실패자의 하루'라는 제목의 15분짜리 블랙코미디였다.
영화제 당일,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작품을 제출했다. 상영관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와 때때로 들리는 공감의 한숨.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객석의 박수는 그가 받아본 어떤 합격 통지보다 달콤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상영 후,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우리 회사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당신의 시선이 필요합니다."
재훈은 그렇게 콘텐츠 제작사의 신입 PD가 되었다. 그의 첫 기획안은 '취준생 다이어리'라는 웹 시리즈.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의 이야기가 그에게 밀려들었고, 시리즈는 놀라운 공감을 얻었다.
"실패했다고 생각한 그 시간들이 사실은 내 인생의 리허설이었어." 한 인터뷰에서 그가 말했다. "모든 거절은 더 좋은 테이크를 위한 'NG' 사인이었던 거죠."
때로는 인생에서 가장 길고 지루한 오디션이, 우리가 정말 연기하고 싶은 역할로 이어지는 법이다. 재훈이 마지막 촬영을 마치며 "컷!"이라고 외쳤을 때, 그는 알았다. 취업이란 결국 자신만의 영화를 찾아가는 여정에 불과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