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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오컬트

취업의 오컬트: 면접방 23호의 비밀

면접관이 내 이력서를 뒤집자, 그 아래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23번째 회사, 60번째 면접이었다. 취업난이 극심하다고 했지만, 이건 좀 심했다.

"김태현 씨, 당신은 '특별 면접'에 선정되셨습니다." 면접관의 목소리가 기계음처럼 울렸다. 창문 없는 면접실은 형광등 불빛 아래 더욱 창백해 보였고, 벽에 걸린 회사 창립자의 초상화에서 눈동자만 나를 좇는 듯했다.

"특별 면접이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 기업은 인재를 선발할 때... 조금 다른 방식을 택합니다." 면접관이 말을 이어갔다. "당신의 미래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죠."

면접관은 서랍에서 낡은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칼, 양초, 그리고 희미하게 빛나는 붉은 돌이 있었다. 나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취업을 위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나 고민했다. 학자금 대출, 월세, 부모님의 기대... 모든 것이 머릿속을 스쳤다.

"당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면 이 의식에 참여해야 합니다. 거부하시면 자동 탈락이고요." 면접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들은 내 손바닥을 가볍게 그었다. 핏방울이 양초 불꽃 위로 떨어졌다. 불꽃이 순간 푸른색으로 변했고, 방 안에 소름 돋는 바람이 불었다. "괜찮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입니다."

다음 날, 합격 통지를 받았다. 연봉은 기대 이상이었고, 복지도 훌륭했다. 시작일은 보름달이 뜨는 밤이었다.

첫 출근일, 나는 회사의 23층으로 안내받았다. 엘리베이터 버튼에는 분명 22층까지만 있었는데, 경비원이 특별한 카드를 대자 '23'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신입사원이시군요." 경비원이 미소 지었다. "23층에서는 특별한 일을 합니다. 우리는 미래를 거래하죠."

문이 열리자 펼쳐진 광경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수십 명의 직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지만, 그들의 모니터에는 주가나 스프레드시트가 아닌, 사람들의 생명선이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운명을 조율합니다." 내 담당 매니저가 설명했다. "당신도 이제 선택받은 거래자입니다. 당신의 취업은 끝났지만, 진짜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

내 책상에 놓인, 내 이름이 새겨진 명패 아래로 검은 액체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나는 이제 알았다. 내가 취업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채용한 것이다. 내 인생의 가치를 위해, 혹은 그들의 비밀스러운 목적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