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운동: 숨구멍을 찾아서
열여덟 번째 지원서를 제출하는 순간, 김준혁의 모니터가 멈췄다. 화면 속 모래시계는 영원히 돌아가는 듯했다. 그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시스템 오류입니다. 나중에 다시 시도해주세요."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시스템 오류라니. 그의 인생이야말로 완벽한 시스템 오류였다.
준혁은 의자에서 일어나 아파트 창문으로 걸어갔다. 바깥세상은 한여름의 열기로 끓어올랐지만, 그의 방은 에어컨도 없이 더운 공기만 가득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졸업한 지 8개월. 이력서는 수십 장 날아갔고, 자기소개서는 수백 번 수정됐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것은 거절 메일뿐이었다.
"운동이나 할까." 그는 낡은 러닝화를 꺼냈다. 처음엔 그저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던 것이었다. 동네 한 바퀴를 뛰다가 두 바퀴, 세 바퀴로 늘어났다.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가벼워졌다. 아스팔트를 밟는 발소리,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 그것들이 "넌 안 된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잠시 덮어주었다.
일주일 후, 준혁은 매일 5km를 뛰고 있었다. 취업 포털을 새로고침하는 대신 러닝 앱을 들여다보았다. 처음엔 1km를 뛰는 데도 헉헉거렸지만, 이제는 숨도 고르게 내쉬며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의 몸이 변하는 동안, 생각도 함께 변했다.
"나는 서류 한 장으로 정의될 수 없어." 달리기를 마치고 벤치에 앉아 물을 들이키며 생각했다. "내 가치가 누군가의 승인에 달려있진 않아."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익숙한 거절 메일일 거라 예상했지만, 예상 밖의 내용이었다. "면접 제안"이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다.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그의 지원서에 관심을 보였다. 특이하게도 이력서 맨 아래 그가 취미로 적어놓은 '러닝'에 주목했다고 했다. 회사의 건강 프로그램 담당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면접장에 들어서자 테이블 위에는 그의 러닝 앱 기록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처음엔 10분 달리고 쉬었네요. 그런데 한 달 사이에 꾸준히 기록이 향상됐군요. 이런 진정성과 끈기가 우리가 찾는 자질입니다."
준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운동은 제게 숨구멍이었습니다. 취업 준비의 압박감 속에서 제 자신을 잃지 않게 해준 거죠." 면접관의 눈이 반짝였다.
다음 날, 그는 취업 승낙 메일을 받았다. 준혁은 러닝화를 신고 평소보다 긴 거리를 달렸다. 달리면서 그는 깨달았다. 그가 찾던 것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취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동안, 정작 그가 발견한 것은 달리기 자체의 기쁨이었다.
그날 밤, 준혁은 새 회사 이메일에 첫 메시지를 보냈다. 주제는 '직원 러닝 클럽 제안서'였다. 때로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저 한 걸음 내딛는 용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