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한 마지막 유튜버
면접관의 눈빛이 모니터 너머로 나를 관통했다. 내가 상상했던 취업 면접은 이런 게 아니었다. "김태현 님, 지금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취준생의 솔직한 하루' 영상이 저희 회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열다섯 번째 면접. 열다섯 번째 탈락의 전조가 느껴졌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다음 월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6개월 전, 백 번째 지원서를 작성하다 한계를 느낀 날이었다. "취준생의 리얼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울분을 토해내는 공간이었다. 서류 탈락, 면접 실패, 자기소개서 쓰다 모니터에 머리를 박고 싶은 순간들을 적나라하게 기록했다.
예상치 못하게 구독자가 불어났다. 천 명, 만 명, 십만 명. 댓글에는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라는 위로가 쌓였다. 광고 수익이 생기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내 노력이 금전적 가치로 환산되는 순간을 맛봤다.
특히 히트친 콘텐츠는 '이 회사 면접장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시리즈였다. 면접관의 갑질, 부적절한 질문들, 말도 안 되는 채용 과정을 솔직하게 까발렸다. 기업명은 이니셜로만 표기했지만, 누구나 알아볼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정체성이 꼬이기 시작했다. 취업을 원하는 취준생인가, 아니면 취준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튜버인가? 이력서를 쓰는 시간보다 영상 편집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취업 실패에 대한 콘텐츠가 성공할수록, 실제 취업은 더 멀어지는 듯했다.
"저희가 김태현 님의 채널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솔직히 말해 저희 회사의 채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나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저희는 인사 시스템을 개편할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김태현 님같이 문제를 직시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채용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맡아주시겠습니까?"
그날 밤, 마지막 영상을 업로드했다. "안녕하세요, 이제는 취준생이 아닌 인사팀 사원이 된 김태현입니다." 댓글은 축하와 배신감으로 양분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유튜브 크리에이터 배지 대신 회사 출입증을 목에 걸었다.
때때로 편집 소프트웨어가 그립다. 하지만 이제는 실제 세상에서, 카메라 없이도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끔은 이렇게 생각한다. 어쩌면 나의 진짜 취업 준비는, 첫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한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던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