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한 자기계발, 그 이면의 진실
종로 카페의 창가에 앉은 형준은 '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자기계발 3단계' 책을 손에 쥔 채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도 그는 여섯 번째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찌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였고, 그들 중 누구도 이 카페에서 미래를 걱정하는 서른 두 살 취준생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력서 한 번 봐드릴까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형준은 고개를 들었다. 맞은편에 앉은 중년 남성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언제 앉았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했던 그는 깔끔한 정장 차림에 고급스러운 시계를 차고 있었다.
"아, 네... 괜찮습니다." 형준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 책, 제가 쓴 겁니다." 남자가 형준이 읽던 책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제 이름으로 출간됐죠."
형준의 눈이 커졌다. 책 뒤표지에 있는 저자 사진과 앞에 앉은 남자는 분명 같은 사람이었다.
"실례지만, 제 책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형준은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말할 수 없었다. 이 책이 말하는 '긍정적 마인드셋', '스펙 쌓기', '네트워킹'이 모두 공허하게 느껴졌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형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세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에 나온 모든 것을 했습니다. 토익 950점, 자격증 일곱 개, 봉사활동, 해외 인턴십까지요. 하지만 여전히 취업은..." 형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제 책은 거짓말입니다."
카페의 소음 속에서 그 말은 폭탄처럼 형준의 귀에 울렸다.
"저는 취업 컨설턴트이자 자기계발서 작가로 15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조언한 내용으로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예요. 대부분은..." 그는 형준을 가리켰다. "당신처럼 됩니다."
"그럼 왜 이런 책을 쓰시는 거죠?"
"사람들은 희망을 사고 싶어 합니다. 자기계발 산업은 그 희망을 팝니다. 우리가 말하지 않는 건, 성공에는 운이 50% 이상이라는 사실이죠."
남자는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제 회사로 오세요. 자기계발서를 쓰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아는 당신 같은 사람이요."
형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러니했다. 취업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읽다가 취업이라니.
"그런데 왜 저인가요?"
남자는 일어서며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써야 진짜 도움이 되는 책이 나오니까요. 저는 그저 성공한 척하는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형준은 창밖을 다시 바라봤다. 여전히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이제 그들의 목적지가 궁금해졌다. 그들도 모두 자신만의 자기계발서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