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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출근

취업 후 첫 출근: 어른이 된다는 것

4년 8개월 23일 만의 취업 소식에 목 놓아 울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벌써 첫 출근이다. 버스에서 내려 회사 건물을 올려다보니 유리창 수십 개가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나를 비웃는 것 같다. 이 안에서 몇 명이나 나처럼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고 있을까.

로비에 들어서자 에어컨 바람이 긴장으로 축축해진 등줄기를 더 차갑게 만든다. 사원증을 목에 걸자 플라스틱 카드가 가슴팍에 닿는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린다. '최태영, 마케팅팀 사원'. 그 여섯 글자가 지난 밤 내내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아, 신입이시죠? 이쪽으로 오세요." 안내 데스크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목소리가 떨려서 대답도 제대로 못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어색하다. 정장 재킷은 어깨가 조금 큰 것 같고, 넥타이는 아침에 세 번이나 다시 맸는데도 여전히 비뚤어져 있다.

12층. 문이 열리자 복도 끝에서 팀장이라는 사람이 손을 흔든다. "9시 정각이네요. 시간 약속은 잘 지키는군요." 그의 말에 안도감과 작은 성취감이 밀려온다. 적어도 첫인상에서 점수는 땄다.

내 자리는 창가와 멀리 떨어진 구석이다. 책상 위는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다.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그리고 작은 포스트잇 한 장. '환영합니다, 최태영 님'. 옆자리 선배가 건넨 것이라고 했다. 아직 만나지도 못했는데, 이 작은 쪽지가 왜 이렇게 위안이 되는지.

점심시간. 식당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태영 씨, 대학 동문이라면서요?"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내 대학 배지를 알아본 모양이다. 순간 취업 준비 기간 동안 했던 수많은 자기소개 연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입에서 나온 말은 연습한 것과 전혀 달랐다. "네, 반갑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라 많이 가르쳐주세요."

오후 회의실. 팀장이 나를 소개한다. "오늘부터 함께 할 최태영 사원입니다. 경력은 없지만 열정만큼은 넘친다고 하니 잘 지도해주세요." 모두가 박수를 치는데, 그 소리가 내 귀에는 마치 큰 파도처럼 들린다. 발표를 위해 일어서는데 갑자기 한 선배의 귓속말이 들린다. "긴장하지 마, 우리도 다 거기서 거기야."

퇴근 시간. 모니터를 끄려는데 팀장이 내 자리로 온다. "오늘 어땠어요?" 솔직히 말하자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4년 8개월 23일 동안 준비했는데, 하루 만에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달았다고. 그런데 팀장의 다음 말이 나를 멈추게 한다. "첫날은 다 그래요. 나도, 모두가. 그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쉬울 거예요."

집으로 가는 버스 안. 창밖으로 어둑해진 도시가 흘러간다. 오늘 하루가 머릿속에서 되감기 된다. 꿈꾸던 취업, 그리고 첫 출근. 이제야 알겠다. 취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는 것을. 손에 쥔 사원증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더 많은 시작을 견디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