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호러: 면접실의 괴담
면접실 문이 닫히는 순간, 모든 시계의 초침이 동시에 멈췄다. 내가 지원한 대기업의 최종 면접장은 75층, 마지막 복도 끝에 위치한 회의실이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서울 전경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아득했다.
"김태준 씨, 자기소개서에 3년간 해외 경험이 있다고 적으셨더군요."
중앙에 앉은 면접관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울렸다. 그의 양복은 완벽했지만, 피부는 종이처럼 창백했다. 그가 미소 지을 때마다 입가가 부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 같았다.
"네, 영국에서 마케팅을 공부하며 현지 기업에서 인턴으로..."
말을 이어가려는데, 오른쪽 면접관이 내 이력서를 넘기며 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눈을 깜빡여 봤지만, 여전히 그 손가락은 이력서 끝까지 뱀처럼 뻗어 있었다.
"흥미로운 경력이네요. 그런데 우리가 찾는 인재는..." 왼쪽 면접관이 말하는데, 그의 목소리에서 다른 여러 목소리가 함께 들리는 것 같았다.
갑자기 에어컨에서 얼음장 같은 바람이 불어왔다. 면접장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내 숨결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공포에 질려 면접관들을 바라보니, 그들의 표정이 모두 일제히 같은 미소로 굳어 있었다.
"취업 준비는 얼마나 하셨나요?"
질문과 함께 벽에 걸린 회사 로고가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눈치챘다. 지난 6개월간 지원한 37개 회사, 참석한 23번의 면접, 그 모든 과정이 악몽 같았던 이유를.
"우리는 당신의 열정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시간, 당신의 노력, 당신의... 영혼까지도." 중앙 면접관의 눈동자가 검게 번졌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의자에 몸이 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테이블 위로 계약서가 미끄러져 내 앞에 놓였다. 까만 잉크가 종이 위에서 꿈틀거렸다.
"단 한 번의 서명으로, 모든 취업 고민이 끝납니다. 연봉은 경쟁사보다 20% 높고, 사내 복지도 훌륭하죠. 다만..." 중앙 면접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퇴사는 불가능합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던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내 손에 펜이 쥐어졌다. 손끝이 저절로 움직이며 계약서를 향해 내려갔다. 공포에 질려 저항하려 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펜이 종이에 닿았다.
서명을 마치자 면접관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축하합니다, 이제 당신도 우리의 일원입니다."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며 수십 명의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들어왔다. 모두 같은 표정,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의 환호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평생 원했던 취업에 성공했지만, 이제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에 갇혔다는 것을. 면접실을 나서는 순간, 나의 모든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시간은 이제 내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