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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직장

카페에서 찾은 두 번째 직장

나는 해고된 날 저녁, 그 카페에 들어섰다.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이 15년 경력을 무효화시키는 데는 단 15초면 충분했다. 비 오는 거리를 무작정 걷다가 불빛이 따스한 곳으로 몸을 피했을 뿐이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목소리가 떨렸다. 카운터 뒤 바리스타는 미소로 답했다. 그의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은 웃음이 아닌 시간의 흔적처럼 보였다.

구석자리에 앉아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내 머릿속 생각들과 묘하게 일치했다. 불규칙적이고, 혼란스럽고, 그러나 어딘가 패턴이 있는.

"혹시 괜찮으시다면..." 바리스타가 내 테이블 앞에 섰다. 손에는 내가 주문하지 않은 티라미수 한 조각. "오늘 특별히 만든 건데, 평가 좀 해주시겠어요?"

그는 커피를 내리며 내가 전화통화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해고 소식을 아내에게 전하는 통화였다. 바리스타는 자신도 5년 전 대기업 임원이었다가 구조조정 당했다고 했다. 61세에 찾아온 실직. 그는 이 작은 카페를 열었고, 지금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회사라는 건 말이죠, 우리에게 안정을 준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진짜 안정은 자기 자신을 믿는 데서 와요."

티라미수는 놀라울 정도로 완벽했다. 쌉싸름한 커피 향과 달콤한 마스카포네 치즈의 균형이 절묘했다. 마치 인생의 쓴맛과 단맛이 공존하는 것처럼.

그날 밤 늦게까지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카페에는 단골이 많았다. 모두 그를 '원장님'이라 불렀다. 그는 커피를 만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사이기도 했다.

"여기가 제 두 번째 직장이에요. 첫 번째보다 급여는 적지만, 보람은 비교할 수 없죠."

일주일 후, 나는 다시 그 카페를 찾았다. 그리고 또 그 다음 주에도. 한 달 후, 나는 그에게 도제가 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는 웃으며 앞치마를 건넸다.

오늘, 나는 내 이름을 딴 첫 시그니처 음료를 메뉴에 올렸다. '해고의 축복'이라는 이름의 아인슈페너. 쓴 에스프레소 위에 달콤한 생크림을 얹은 음료. 커피숍의 창문 너머로 내 예전 회사 건물이 보인다. 그곳에서 쫓겨난 것이 축복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직장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내 삶을 찾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