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직장: 성인이 된 트레이너의 현실
내 책상 서랍에서 피카츄가 전기를 방출했을 때, HR 부서에서는 그것이 '사무실 내 포켓몬 관리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봐요, 김 대리! 그 포켓몬 통제 좀 하시죠. 두 번째 경고입니다."
열 살 때 나는 포켓몬 마스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서른 살이 된 지금, 나는 중견 무역회사의 평범한 회계사다. 어릴 적 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적어도 내 포켓몬들은 여전히 나와 함께였다. 회사 정책상 직원당 한 마리의 포켓몬만 사무실에 동반할 수 있었다. 오늘은 피카츄의 차례였고, 그는 서류더미에 짜증을 내고 있었다.
"미안해, 피카츄. 나도 이 결산보고서가 끝나면 당장이라도 밖에 나가고 싶어." 내 말에 피카츄는 작게 "피카..."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의 볼에서 전기가 미세하게 흐르며 파일 하나를 살짝 그을렸다.
사무실 창밖으로 다른 회사원들이 점심시간에 포켓몬들과 작은 배틀을 벌이는 모습이 보였다. '포켓몬 친화적 기업 환경'을 내세우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아직 구식이었다. 사장님은 "포켓몬은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옛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 핸드폰이 울렸다. 음성메시지가 도착했다. "기명아, 나 유진이야. 우리 회사에서 포켓몬 트레이너 출신 회계사를 찾고 있어. 급여는 너보다 30% 높고, 사내 포켓몬 체육관도 있어. 관심 있으면 연락해."
피카츄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그는 항상 내 마음을 읽는 것 같았다. 나는 10년 전, 경영대학원 입학을 위해 포켓몬 리그 챔피언십을 포기했다.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다"고 했고, 나는 순응했다.
그날 저녁,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 여섯 마리 포켓몬들을 불러냈다. 피카츄, 파이리, 꼬부기, 이상해씨, 버터플, 그리고 내 첫 포켓몬이었던 리자몽까지. 그들은 좁은 도시 아파트에 갇혀 지내는 것이 얼마나 갑갑한지 알고 있었다.
"얘들아, 우리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 내 말에 리자몽이 작게 울음소리를 냈다. 그는 항상 내 결정을 지지했지만, 그의 눈에서 모험에 대한 갈망이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사직서를 들고 사장실로 향했다. 피카츄 대신 리자몽을 데려왔다. 사장실 문을 열자 사장님은 리자몽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 대리, 규정은 작은 포켓몬만 허용된다고..."
"죄송합니다, 사장님. 이것이 제 사직서입니다."
리자몽의 꼬리 끝에서 작은 불꽃이 일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포켓몬 트레이너였던 소년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었다는 것을. 때로는 안정을 버리고 모험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30대의 나에게도, 세상은 여전히 포켓몬처럼 다양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