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보드게임: 마지막 주사위
주사위가 멈춘 순간,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우리가 플레이하던 '어비스'라는 보드게임의 설명서에는 없던 현상이었다. 중고 가게에서 단돈 5천원에 구입한 이 게임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뭐야, 이거 에어컨 고장났어?" 민지가 팔을 문질렀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창백한 형광등 아래, 게임 보드 위에 새겨진 미로 형태의 길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주사위에 나온 6이라는 숫자가 기어이 우리를 마지막 구간으로 이끌었다.
게임을 시작한 지 정확히 66분째였다. 처음엔 단순한 던전 탐험 게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사위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았고, 규칙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변해갔다. 게임 보드의 각 칸마다 적힌 미션들이 처음엔 "다음 사람의 음료를 마셔라"와 같은 가벼운 내용이었는데, 어느새 "네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을 말해라"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 그만하자." 지훈이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하지만 게임 설명서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 '시작한 게임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 우리 넷 다 그 규칙을 읽었고, 동의했다.
상우의 차례였다. 그가 주사위를 굴리자 이상하게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주사위가 테이블 위에서 돌다가 멈췄을 때, 우리는 모두 숨을 멈췄다. 1. 상우의 말은 미로의 중심부로 이동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미로의 중심에 도달했습니다." 나는 게임 카드를 읽었다. "이제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한 명을 희생시키고 나머지는 탈출하거나, 모두 함께 남거나."
상우가 우리를 한 명씩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번들거렸다. "이게 다 게임이잖아, 그렇지?"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바로 그때였다. 보드 게임의 미로가 갑자기 방 바닥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나무 바닥이 갈라지며 미로의 형태로 변형되었고, 벽이 솟아올랐다. 우리는 실제 미로 안에 갇혀버렸다.
"망할, 이거 진짜야?" 민지가 소리쳤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것은 그냥 게임이 아니었다.
멀리서 무언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미로의 벽 너머로 무언가 숨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상우가 주머니에서 주사위를 꺼냈다. 그것은 이제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한 번만 더 던지면 돼." 상우가 중얼거렸다. "한 명만 희생되면 나머지는 살 수 있어."
그의 손에서 붉은 주사위가 공중에 던져졌고,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중고 가게에서 이 게임을 산 사람이 나였고, 친구들을 불러 모은 것도 나였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처음부터 내가 던진 주사위에 의해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사위는 아직도 공중에서 돌고 있다. 우리 중 누구의 눈에 멈출지,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나는 이미 다음 판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