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만난 내 남편
인생이 바뀌는 데는 단 5초면 충분했다. 호텔 로비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 남자의 미소가 내 세계의 중심축을 완전히 뒤틀어 놓았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그는 프런트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저 호텔 리뷰를 쓰는 프리랜서로서 로비의 분위기를 관찰하고 있었을 뿐이다.
"503호 열쇠를 하나 더 부탁드립니다. 제 아내가 곧 도착할 예정이라서요."
그의 목소리에 귀가 솔깃해진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나의 심장이 멈췄다. 그 남자는 내 남편이었다. 4일 전, "출장 갔다 온다"며 집을 나선 바로 그 사람. 손에는 분명 결혼반지가 없었다.
호텔 로비의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갑자기 너무 눈부셨다. 두꺼운 카펫 위로 쏟아지는 빛의 입자들이 현기증을 일으켰다. 커피 한 잔의 무게가 갑자기 천근만근으로 느껴졌다. 나의 존재를 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소파 깊숙이 몸을 숨겼다.
우리가 함께한 7년의 세월이 영화 필름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같이 먹었던 아침 식사들, 주말 드라이브, 그리고 "영원히 사랑한다"는 속삭임들. 그 모든 것이 이 호텔의 503호실에서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내 손가락이 스마트폰을 향해 움직였다. 그에게 전화를 걸까, 아니면 그가 기다리는 '아내'를 만나볼까. 그리고 결정했다. 프런트에 다가가 503호 옆방을 예약했다.
"504호 있나요? 하룻밤만 묵을 예정입니다."
키카드를 받아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에 차가운 호기심이 솟아올랐다. 그의 배신에 분노하기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504호에 들어서자마자 벽에 귀를 대고 옆방의 소리를 들으려 했지만, 호텔의 두꺼운 벽은 아무것도 들려주지 않았다. 그저 내 거친 호흡 소리만 방 안에 울릴 뿐이었다.
그때 객실 전화가 울렸다.
"호텔 리뷰어님, 504호로 체크인하셨군요. 프런트에서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희가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가 있는데... 503호에 투숙 중인 손님이 당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그들이...?
"그의 '아내'는 저희 호텔 장기 투숙객입니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체크아웃했어요. 대신 당신에게 이것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문 밑으로 하얀 봉투가 밀려 들어왔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자, 그 안에는 이혼 서류와 함께 짧은 메모가 있었다.
"당신이 그를 발견할 때까지 기다렸어요. 이제 그는 당신의 남편도, 내 연인도 아닙니다. -503호의 전 투숙객 올림"
호텔 창문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다.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때로는 사랑을 잃는 것이 자유를 얻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 지금 504호야. 우리 얘기 좀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