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뉴진스: 업무 세계의 새로운 리듬
회색빛 양복 사이에서 나만 형광색으로 빛나는 기분이었다. 오늘 아침, 15년 차 직장인인 내가 귀에 뉴진스의 'Hype Boy'를 틀고 출근한 건 단순한 일탈이 아닌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김 부장님, 분기 보고서 준비되셨습니까?" 차장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뚫고 들어왔다. 나는 급히 음악을 끄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른 침을 삼키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숫자가 올라갈수록 심장 박동은 뉴진스의 댄스 비트처럼 빨라졌다.
회의실은 언제나처럼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창밖으로는 서울의 빌딩 숲이 단조롭게 펼쳐져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똑같은 흑백 보고서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다. 바로 그때까지는.
"김 부장, 이번 분기 마케팅 전략에 대해 발표해 주시죠." 대표이사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나는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다. 그리고 실수로, 아주 치명적인 실수로, 내 컴퓨터에 저장해둔 뉴진스 'Attention' 안무 연습 영상이 회의실 스크린에 펼쳐졌다.
순간 회의실이 얼어붙었다. 55인치 스크린에는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서툴게 춤을 추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그것도 회사 옥상에서. 나였다.
"이... 이것은..."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대표이사가 일어섰다.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내 15년 경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김 부장이 말했던 '젊은 감각 끌어안기' 전략의 실험 영상입니까?" 대표이사의 목소리에는 의외로 호기심이 묻어 있었다.
침묵 속에서 나는 결단을 내렸다. "네, 맞습니다. MZ 세대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새로운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회의실에서는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로 이런 파격이 필요했어!" 마케팅 이사가 외쳤다. 대표이사도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날 이후 회사는 변했다. 점심시간에는 옥상에서 뉴진스 안무 클래스가 열렸고, 회의 시작 전 5분은 '에너지 댄스 타임'으로 지정됐다. 직원들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고, 의외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분기가 끝날 무렵, 우리 회사의 신제품은 MZ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나는 '문화 혁신 총괄 이사'라는 새로운 직함을 받았다.
오늘도 나는 사무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여전히 회색 양복이지만, 이제 그 안에는 형형색색의 리듬이 흐른다. 때로는 실수가, 때로는 용기가 우리 인생의 새로운 진스(jeans)를 입히는 법이다. 내일은 어떤 비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나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다음 트랙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