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직장: 성격 유형이 운명을 바꾼 날
내 책상 앞에 놓인 봉투에는 붉은 글씨로 "최종 통보"라고 적혀 있었다. 열어보기도 전에 알았다. 또 다시 해고다. 올해만 세 번째였다.
"김지훈 씨는 우수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팀워크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인사팀장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나는 INTJ였다. 분석적이고 전략적이며 독립적인 성격. 그리고 직장에서는 '까다로운 문제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커피 한 잔을 들이켜며 창밖을 바라봤다. 가을비가 도시를 회색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김지훈 씨, 박소연입니다. '성격 유형 기반 인재 매칭' 회사 대표죠. 당신의 이력서를 봤습니다. 내일 오전 10시에 시간 되시나요?"
다음 날, 나는 유리와 철골로 지어진 세련된 오피스 건물 앞에 서 있었다. 로비에 들어서자 화려한 네온사인이 눈길을 끌었다. "당신의 MBTI가 당신의 커리어다."
박소연 대표는 예상과 달리 화려한 정장이 아닌 편안한 후드티 차림이었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ENFJ'라고 적힌 명패가 놓여 있었다.
"김 씨는 왜 계속 해고당하는지 아세요?" 그녀가 내 이력서를 넘기며 물었다. "INTJ라서가 아니라, 당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아서죠."
그녀는 태블릿을 보여주며 계속했다. "우리 회사는 MBTI 성격 유형을 분석해 최적의 직무와 환경을 매칭합니다. 김 씨는 팀 프로젝트에서는 실패하지만, 독립적인 전략 기획이나 시스템 설계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죠."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그녀가 어떻게 내 과거를 그렇게 정확히 알고 있는지 의아했다.
"우리는 당신 같은 INTJ를 찾고 있어요. 기업 전략을 재설계하는 솔로 프로젝트예요. 다른 팀원들과 소통은 최소화되고, 결과물로만 평가받습니다."
한 달 후, 나는 처음으로 내 능력을 온전히 인정받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설계한 비즈니스 모델이 회사에 큰 성과를 가져왔고, 아무도 내 '불편한' 성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내 분석력과 통찰력을 높이 평가했다.
6개월 후, 나는 회사의 전략 책임자가 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새로운 팀원의 환영식이 있었다. 그의 책상에는 'ESFP'라고 적힌 명패가 놓여 있었다. 그는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내가 말했다. "여기서는 당신의 MBTI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될 겁니다."
그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비가 그치고 태양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때로는 우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단지 잘못된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