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취업: 미래를 읽는 코드
면접장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그때, 문자 한 통이 왔다. "합격 확률 98.7%, ENFP인 당신에게 '행운을 빕니다'란 인사가 불필요합니다." 발신자는 '미래탐색기'라는 앱이었다. 어제 호기심에 다운받은 앱이 내 MBTI를 스캔했다는 알림이 왔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뭔 소리지?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문이 열리고 딱딱한 표정의 면접관이 내 이름을 불렀다. 의자에 앉자마자 면접관의 첫 질문이 날아왔다.
"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요?"
입 안이 바싹 말랐다. 질문지에도 없는 내용이었다. "ENFP입니다만..." 내가 말을 잇기도 전에 면접관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한 면접관이 태블릿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NFP... 창의적 발상과 사교성이 뛰어나지만, 집중력 유지가 약점이군요. 우리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 적합한 프로필입니다."
식은땀이 더 흘렀다. 그들은 이미 내 MBTI 결과를 분석해 놓은 듯했다. 이상했다. 마케팅 부서? 나는 분명 연구개발팀에 지원했는데.
"잠시만요, 제가 지원한 건 R&D 부서인데요."
면접관들이 다시 수군거렸다. "음, ENFP는 R&D에 배치되면 적응률이 36%에 불과합니다. 데이터에 의하면 마케팅 부서에서의 당신의 성과지수는 92%로 예측됩니다. 자신의 MBTI를 거스르는 선택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뭔가 이상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오직 네 글자로 된 코드만이 내 미래를 결정하려 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머릿속에서는 그 앱의 문자가 계속 맴돌았다.
"죄송합니다만, MBTI는 단지 성격 유형을 대략적으로 분류한 도구일 뿐, 제 전부를 정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R&D에 관심이 많고, 꾸준히 관련 공부를 해왔습니다. 집중력이 약하다고요? 제가 좋아하는 일에는 며칠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습니다."
면접장은 순간 조용해졌다. 면접관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중 한 명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처음으로 인간적인 감정이 보였다.
"흥미롭군요. 당신은 이 회사에 지원한 수백 명 중 유일하게 자신의 MBTI 예측에 도전한 사람입니다."
나는 그제야 이 모든 것이 테스트였음을 깨달았다. 휴대폰에 다시 문자가 왔다. "합격 확률 100%, MBTI 코드를 거부한 당신은 진정한 혁신가입니다." 면접관이 미소를 지었다. "환영합니다, 우리의 새로운 R&D 연구원님."
그날 밤, 나는 '미래탐색기' 앱을 삭제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네 글자로 된 코드가 아니라, 그 코드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용기인지도 모른다.